합천호











題伽倻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



최치원(崔致遠)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狂噴(奔)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위시는 최치원이 신라 말기의 난세를 절망하여 각지를 유랑하다가 

가야산 해인사에 은거할 때 지은 7언절구의 한시로서

세상을 멀리하고 산중에 은둔하여 혼탁한 세상에서 벗어나

신선 같은 삶을 살고자 한 심경을 읊은 시입니다.



이번에는 고향 산청을 들러 늦은 성묘를 하고

고운(孤雲)·해운(海雲) 최치원의 전설이 남아 있는 

합천 주위의 사찰을 찾아 보고 왔습니다



산청에서 단적비연수 촬영지로 유명한 황매산을 넘으면

합천호가 펼쳐지는데 봄에는 벛꽃길이 아름다우며

호수주변의 낚시터는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가야산 해인사로 들어서는 홍류동천(紅流洞天)은 글자 그대로

가을단풍이 계곡(流)에 비쳐 붉은(洪) 물이 들었다는 데서 유래했으니 

미루어 짐작해보면 아름다운 선경을 뜻하는 듯하나 

조금은 일찍 찾아와서 그 아름다움을 못즐겼 못내 아쉬웠습니다



대신 누렇게 물든 나락을 베는 농부의 손길에서

세상의 추한 모습 눈에 띌세라  

수줍은듯 달아오르는 단풍들이 온 산을 덮을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홍류동 계곡에 노니는 백로 한쌍으로 가을 정취를 대신하며  

해인사로 향했습니다







합천 해인사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가야산 해인사. 승보사찰 송광사, 불보사찰 통도사와 

함께 우리나라 3보사찰의 하나인 법보종찰. 우리 정신문화의 정수이자 세계의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국보 제52호)이 자리한 곳이다.



일주문 







해인사는 신라시대에 그 도도한 화엄종의 정신적인 기반을 확충하고 

선양한다는 기치 아래, 이른 바 화엄십찰의 하나로 세워진 가람이다. 



화엄종의 근본 경전인 화엄경은 4세기 무렵에 중앙아시아에서 성립된 

대승 경전의 최고봉으로서, 그 본디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이며 

동양문화의 정수라고 일컬어진다. 이 경전에 해인삼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해인사 이름은 바로 이 \'해인삼매\'에서 비롯되었다.



구광루 





해인삼매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한 없이 깊고 넓은 큰 바다에 비유하여, 

거친 파도 곹 중생의 번뇌 망상이 비로소 멈출 때 우주의 갖가지 참된 모습이 

그대로 물 속에(海)에 비치는(印) 경지를 말한다. 

이렇게 여실한 세계가 바로 부처님의 깨달음의 모습이요 

우리 중생의 본디 모습이니, 이것이 곧 해인삼매의 가르침이다



해인범종







대적광전





해인사는 화엄경을 중심 사상으로 하여 창건되었으므로, 

거의 모든 절이 흔히 모시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 대신에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그래서 법당의 이름도 대웅전이 아니라 대적광전이다. 



장경각











일주문에서 봉황문 사이의 정갈한 길은 양쪽으로 아름드리 잣나무가 도열해

방문객을 탈속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금은 공사중인 해탈문을 지나 

구광루 밑을 통과하면 본전인 대적광전이 자리잡고 있다

대적광전 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각이 나타난다. 

고려시대 간행된 대장경이 조선 태조때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해인사는 법보종찰이 됐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이라는 현판을 걸고 나란히 세워져 있는 장경판전은

1995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경내 전각들



법보단







독성각







명부전







응진전





경내에는 이밖에 명부전, 삼성각, 응진전, 퇴설당, 응향각, 조사전, 

궁현당, 극락전, 관음전 등 50여채의 당우가 자리잡고 있다. 



학사대 





장경각을 나서면  최치원이 시를 읊으며 은둔생활을 하던 학사대가 있다. 

신라의 문학가이자 충신이었던 고운 최치원선생이 거문고를 튕기며 

기울어가는 신라왕조에 대한 시름을 달래던 곳이다. 

그때에 거꾸로 꽂아둔 전나무 지팡이가 지금까지 살아서 거목을 

이루고 있으며,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지가 

모두 아래로 처져 거꾸로 자라고 있는 느낌이다 



또한 해인사는 13군데의 산내 암자가 있다. 

학사대 아래에 있는 외나무다리를 건너 독립선언 33인중 한분인

용성스님이 주석했던 용탑선원을 지나면 사명대사가 입적한 홍제암. 대각국사, 경허,

효봉스님도 이곳에다 선풍을 드날렸다. 최근에는 성철스님의 도반인 자운스님이

이곳에서 입적했다. 소나무, 잣나무, 떡갈나무들이 나무의 바다를 이룬 홍제암

빈터에는 역대 조사들의 사리가 봉안된 부도가 늘어서 있다. 







환적대 신상봉 아래 백련암은 해인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일제시대 서정주, 김동리가 불교사상을 공부하며 문학수업을 했던 곳이다. 

당대의 큰스님 성철스님이 머물며 3,000배와 두문불출로

살아서 이미 전설을 만든 암자다.



무생교





13곳의 산내 암자중 이 시대의 마지막 선승으로 불리며 

하루 한끼 식사만 하는 일일일식(一日一食)과 

눕지 않고 수행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용맹정진을 

50년 동안 수행했던 10대 종정 혜암스님이 입적한 원당암을 찾아 보았다



원당암 입구에는 계곡을 가로질러 깨끗한 화강암을 단정하게 깍아서 만든 

무생교(無生橋)가 놓여 있었다. 無生이라 生이 없으니 死도 없는 것이라

생멸(生滅)을 떠난 열반의 이치,세상 모든 것이 공(空)한 것이라는 

절대 무변의 마음자리인 무생법인(無生法印)을 다리를 건너

원당암에서 구하라는 말이리라. 

 

원당암







원당암은 가야산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암자로 802년(신라 애장왕 3년)에 지었다. 

비봉산 중턱에자리잡아 처음엔 봉서사로 부르다가 나중에 개명했다. 

애장왕이 이곳에서 해인사 창건의 발원을 하며 

한 때 정사까지 보았다고 한다.일주문은 서쪽 4백m 지점에 있으며 

원당암에는 현재 원당.보광전.염화보등의 건물과 보물 

제 518호인 원당암 다층석탑.석등이 있다.



보광전과 다층석탑,석등





원당암 보광전 앞뜰에 세워진 이 석탑과 석등은 부분적으로 화강암으로 썼으나 

재료가 점판암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주목된다. 청석계 석탑은 대개 고려시대에 

유행하는데 이 석탑은 이러한 계통으로서는 선구라 할 수 있다.



보광전의 축대는 보광전 전면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특이한 작품으로서 다른 곳에서는 유례를 보기 어렵다. 

그 높이는 약 40cm에 불과한 나지막하지만 정성이 스민 품격있는 작품이다.

 상부에는 아름다운 몰딩과 연꽃모양을 지닌 머릿돌을 넓은 판석으로 배치했고, 

그 아래 면석은 폭 약 51cm, 높이 약 27cm의 아름다운 안상을 조각하였다.

안상의 형태는 배례석의 형태와 동일하다. 







미소굴







문없는 문을 타파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라고 항상 강조하셨던 조계종 종정 혜암스님



혜암스님 사리함





미소굴(혜암스님 처소)은 여여한데 사리 86과만 남기고

스님께서는 어디로 가셨습니까?



원당암에서 바라본 해인사와 가야산









이곳에 올라서면 원당암 사찰 너머로 저만치 숲에 둘러싸인 

해인사와 더불어 상왕봉이 그대로 올려다보인다. 

가야산은 산정의 웅장한 모습이 손에 잡힐듯 펼쳐져 있다



해인사 부도





사명대사께서 입적한 홍제암과 성철스님의 자취가 남아았는 백련암등 

몇군데 암자를 찾아 보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못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해인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청량사로 향했다 









합천 청량사



매화산





합천군 가야면에 있는 매화산(梅花山, 954m)은 산의 형세가 

천개의 불상이능선을 뒤덮고 있는 모습과 비슷해 

불가에서는 천불산이라고도 부른다.



청량사는 해인사의 뒤편  홍류동을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바위산인 남산제일봉 동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었다.

청량사가 자리한 남산제1봉은 가야산에서 가장 빼어난 봉우리로 

화려하면서도 웅장하여 사바세계를 벗어나 

선경에 다다른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석간수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9세기경으로 추정), 삼국사기에 최치원이 즐겨 

찾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신라시대 때 세워진 절로 가늠되고 있다.



청량사 대웅전





매화산 기슭에 있는 청량사는 기암 괴봉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구쳐 돌병풍을 이룬 명당터 아래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기슭의 짙은 소나무숲, 그리고 그 아래 너른 터에 

적당한 규모로 들어앉은 법당과 당우들 

대웅전 앞뜰의 삼층석탑과 석등, 

그리고 대웅전 안에 모셔진 석조석가여래좌상이 모셔진

신라 고찰의 면모를 간직한 조용한 사찰이다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65호)





청량사 대웅전에는 특이하게 석불이 모셔져 있는데

장방형의 좌대 위에 결가부좌한 모습의 이 석가여래좌상은 마치 

경주 석굴암의 본존불을 연상케한다. 



석굴암 불상이 8세기를 대표하는 걸작이라면 

이 석조석가여래좌상은 9세기를 대표하는 

불상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높이 2.1m, 좌대 75cm이고, 불신, 광배, 대좌등 

불상의 3부작을 모두 갖춘 완전한 석불좌상이다. 





삼층석탑(보물 제266호)과 석등(제253호)





3층 석탑은 대웅전 앞 뜰에 있다. 이 탑은 전체적으로 정제된 비례를 보이고 있고, 

안정감이 충실하고 조각 솜씨도 뛰어난 통일신라시대의 수작이라 하겠다.





거대한 석축을 쌓아 만들어진 법당 앞 석탑에서 바라 본 가야산은 장관이다.

산과 산이 끊어 질듯 이어지고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어디가 산그림자이고 어디가 구름그림자인지

사라지고 또 나타나는 산그리매

흡사 안정사 청하루에서 바라본 안개낀 남덕유산이나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다 본 눈덮힌 태백산 자락의 

풍광에 견줄만큼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하다. 

바람도 잠들어 풍경소리마저 적막하다

모든 것이 정지 된 듯 참으로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