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반은 붉고 반은 푸르네



- 나옹혜근





가을 바람 한떼가 뜰안을 쓸어가고



만리에 구름없이 푸른 하늘 드러났네



상쾌한 기운 무르녹아 사람들 기뻐하고



눈빛은 맑아져 기러기 연달아 지나가네



밝은 저 보배의 달 가늠하기 어렵고



굽이치는 산맥은 끝없이 뻗어갔네



모든 것은 본래부터 제자리에 있는데



처마 가득 가을빛, 반은 붉고 반 푸르네.








사정상 차일피일 하다가 더미루었다가는 9월에도 길을 떠나지 못할 것 같아

태풍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벌초때문에 길이 막힐 것이라는 

짐작은 하였지만은  가고 오는 길이 예상을 넘었습니다.

구월 초순에 성급하게 찾아가본  함양과 무주의 가을 산사는

비록 붉은게 한점밖에 보지 못하였으나 끝없이 뻗은 

산자락에서 풍겨오는 상쾌하고 맑은 산기운이

그래도 그 피곤함을 잊게해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함양 벽송사




벽송사는 지리산 백무동계곡과 칠선계곡 인근에 위치 하고 있으며

국립공원 입구에서 좌회전을 하여 가파른 길로 500m 정도 올라가면 

주차장이 나타나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벽송사이고 왼쪽으로는 서암으로 가는 길이다. 

본사를 먼저 찾기 위하여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장승이 나타난다.



목장승인 금호장군과 호법대신 






벽송사로 입구에는 특이하게도  일주문 대신 목장승 두분이 서 있는데, 

사천왕을 대신하여 사찰에 잡귀의 출입을 막고 사원 경내의 각종

규제와 풍수비보를 지켜주는 수문과 호법 신장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온다. 함양에서는 이곳 말고도 깊은 산중에서 나무나 돌로 만든 장승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 여러곳 있는 등 함양 지방은 예로부터 

장승이 많은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벽송사 전경








산중턱에 자리잡은 절간은 풍경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절 앞 텃밭에는 가꾸지 않은 듯 잡초가 무성함에도 

붉은 고추랑 각종 채소들은  홀로 계절에 맞춰 익어 가고 있었다



간월루와 원통전






세월에 허물어지고  전쟁에 불타버린 벽송사는 

한적하기 그지 없다. 말사 암자인 서암이 유명해서 상대적으로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듯 절전체가 

공사중임에도 불구하고 적막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벽송사를 둘러 사고 있는 적막함에는 

평온함있고 자연스러움이 있다.

불사 중에도 공사의 소음이나 번잡함이 없으며

원통전의 새건물도 예전 건물의 기둥을 그대로 쓰는 등

고쳐쓴다는 마음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범종루를 들어서면 전면에 달을 바라본다는 간월루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옆에는 방장선원이 있으며

후면에는 본전인 원통전과 신축중인 산신각이 있다.



삼층석탑과 목장승





벽송사 3층 석탑(보물 제 47호)이라 불리는 이 탑은 탑비나 유래를 전하는 문헌이 없어 

건립 경위를 알 수 없는데, 2중 기단 위에 세워진 방형 석탑이다.

 이 탑은 위치는 원래 벽송사 대웅전 동편에 세워놓은 것인데 

사찰이 아래로 옮겨져 탑만 남게 됐다.



벽송사 자랑거리인 들머리 암수 장승도 하나는 삭은 채로 

하나는 두 눈 부릅뜬 채로 전각 안에서 제각각 묵언 수행 중이다. 






벽송사 서암






벽송사와 등을 맞대고 있는 서암은 제2의 석굴암이라 할만하다. 

이곳 서암은 벽송사의 암자로 벽송사의 전 주지스님이셨던 

원응 스님께서 1989년부터 10년 넘게 주위의 자연석을 이용하여 조성한 곳이다. 



서암 입구 바위사이로 난 소로를 넘어가면 

<同歸大海一味水> 우측에 <百年江河萬溪流>란 글씨가 또렷하게 

각인 된, 장승처럼 우뚝 선 바위기둥을 만나게 된다. 

여러 계곡에서 흘러 내린 물이 바다에서는 한맛을 낸다는 말이다

잘나고 못나고 있고 없고를 시비 걸지 말고 모든 것을 품고 

도도히 흐르는 물을 보며 마음을 씻는 관수세심(觀水洗心)을 배우라는 말인듯 하다. 







그곳에서 몇 걸음만 더 들어가면 다시 일주문 격인 두 개의 돌기둥이 나타난다. 

왼쪽 기둥엔 <調御三千界> 그리고 오른쪽 돌기둥엔 <摩詞大法王> 라고 쓰여있다. 

돌기둥 오른편 거대한 바위에 자리 잡은 사천왕상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바위 위에 새겨진 사천왕상에서 힘과 위엄이 느껴진다.

여느 절들처럼 천왕문에 나란히 두 분씩 서 계신 것이 아니라 

큰 바위에 입체적으로 나란히 조각되어 있다. 



대방광문




사천왕에 반배하고 앞을 바라보니 작은 길 끝에 

아치형 문 위에 \"대방광문(大方廣門)\"이라 쓰여진 돌로 된 

큼직한 편액이 눈에 들어온다. 



미타굴




대방광문을 들어서면 고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미타전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 벽에 방하제연(放下諸緣)이라고 써진 팻말이 붙어 있다. 

속세의 모든 근심과 탐욕 미련과 시기심등 모든 인연을

놓아두고 화엄의 세계로 들어서라는 말이다







미타전을 지나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암자 안마당에는 모과나무와 두충나무를 비롯해 소나무 분재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정말 잘 꾸며진 정원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연못과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고 

저만치 봉긋한 언덕 같은 곳에 극락전(極樂殿)이란 글씨가 보이고 창문이 보인다. 

언덕 주변이 참 잘 가꾸어져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입구에는 서암샘물이 있어 경건한 마음으로 마시도록 되어 있다



안양문




극락문의 다른 이름인 안양문을 열면 석굴 법당이 나타난다

실내 면적은 19~20평 정도. 높이 4ｍ의 벽면을 온갖 조각으로 

가득 채우고 석불로 된 지장보살과 아미타불이 자리잡은 이 석굴 법당에 들어서면

안양정토(安養淨土) 즉 극락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굴법당 극락전은 들어서기만 해도 환희심이 넘칠 정도로 굴 전체가 섬세한 조각으로 

장엄 된 아미타세계다. 아미타부처님을 중앙에 모시고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 

그리고 8대 보살님들과 10대 제자, 나한, 사천왕 등은 물론 용, 연꽃 가릉빈가(迦陵頻伽) 등이 

굴법당 벽과 천장 전체를 빈틈없이 메우고 있다.



화강암으로 된 거대한 바위를 깎아내서 마치 동굴 속 같은 

법당을 앉힌 것도 놀라운데, 이처럼 섬세한 조각으로 법당을 가득 채운 것이다





입구 제일 안쪽에 있는 지장보살님이 들고 있는 

지팡이만 보아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섬세하다. 

지장보살님의 손에 들려있는 구슬은 유난히 검은 색 광채를 띄고 있어 

다른 원석을 조각한것으로 보였으나 그 또한 지장보살님과 일체를 

이루고있는 원석에서 가공된 것이라고 한다.









굴법당 왼쪽 아래에는 극락전이 있으며 

그곳에는 온갖 신들을 모신 신중단이 있다

지옥을 헤매던 중생들이 아미타불의 넓은 아량으로 구원받아 극락에 

이르는 과정을 섬세한 조각으로 넓은 법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오른쪽 벽면부터 목련존자, 사리불존자, 남순동자, 관음보살, 아미타불, 

대세지보살, 도명존자, 지장보살, 그리고 아래쪽 평등문 안에는 

부처님의 10대 제자와 신장들을, 가운데 기둥에는 500나한의 모습을 정교하게 새겼다



용왕전과 비로전






극락전을 나와 다시 산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그곳엔 용왕전과 비로전이 있다.

사천왕에서 비로자나불까지는 물론 용왕님조차 바위에 새겨놓았고

중요한 전각들도 바위를 뚫고 들어앉았다. 



맞추기 블록을 쌓아 놓은 듯 묘하게 놓여진 엄청난 규모의 바위들, 

그리고 그 바위에 각인 된 제불 보살님들의 섬세한 

미소와 표정이 자연스럽기 그지 없다.  

바위를 다듬었으나 인공적인 냄새가 느껴지지 않은

자연과 조화된 멋스러움에 감탄하며 정말 조각이 아닌 

돌속에 숨어있는 부처를 들어낸다는게 이런 것이구나

감탄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오도재(悟道재:고개를 넘다가 도를 깨닫다)




벽송사에서 용추사로 가기 위해서는 오도재를 넘어야한다.

옛날 내륙지방 사람들이 남쪽해안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가 바로 오도재이다. 사람 왕래가 많다보니 이야기도 많다. 



변강쇠 묘와 옹녀샘에 얽힌 구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오도재에는  변강쇠와 옹녀의 묘가 있기도 하다.



당대의 생활상을 담은 문화유산인 판소리 ‘변강쇠가(가루지기타령)’에서 

강쇠·옹녀 부부가 장승을 패서 떼는 주무대가 

바로 이곳 마천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도재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눈위로는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치 웅장하고 화려한 산수화 병풍을 길게 펴놓은 듯 하다. 

발아래로는  아름다운 꼬불꼬불 고갯길이 나타난다



함양 용추사


일주문




용추사 일주문은 원래 각연대사가 세웠다는 장수사의 일주문이었다.

팔작지붕 아래에는 ‘덕유산장수사조계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장수사는 수차례에 걸친 병화로 소실되어 없어졌고 부속 암자이던 

용추사만이 남아 용추사 일주문 구실을 하고 있다



전경






일주문 옆을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암반 위로 깨끗한 계곡물이 흘러 내리는데 

콸콸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걷는 것도 운치를 더한다

오솔길을 조금 오르노라면  아담하고 작은 용추사가 자리 잡고 있다



용추폭포




절 마당 아래로 난 소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용추폭포가 있다. 

계곡을 휘감아 돌아 달려온 물이 반석위를 미끌어져 

20여m미터 높이로 내리꽂히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용추폭포가 있는 용추계곡은 심원정 계곡으로도 불리는데 이곳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무주 안국사


일주문




안국사가 자리한 赤裳山은  한국 백경 중 하나로 손꼽히며

특히 가을이면 이름 그대로 여인이 붉은 치마를 두른 것 같이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단풍으로 물드는 산으로 유명하다

또한 절아래 40m에 달하는 천일폭포와  인근 양수 발전소댐으로 인한 

산정호수가 무척 아름답다



청하루








일주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 누각 건물인 청하루가 반긴다. 한귀퉁이에 불교 용품을 팔고 있으며

벽면 창틀에 비춰지는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남쪽 멀리 아래로 분지를 이룬 

괴목리 일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는 덕유산 향적봉이 

웅장하게 마주보인다.



극락전




천불전




조그마한 이 절의 중심 건물은 극락전(極樂殿)이다. 

높은 2층 기단 위에 정면 3간, 측면2간의 이 전각은 어간(御間)은 4분합(分閤) 꽃살무늬이고, 

협간(夾間)은  같은 형식의 2분합문이며, 익공(翼工)과 다포(多包)의 합작수법에

 맞배지붕과 팔작지붕의 절충식이어서 특이하다.



성보박물관




청하루 오른쪽에 세계 각국의 부처상을 모셔 놓은 성보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 속의 돌부처보다는 박물관 앞뜰에서 바라보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산그리매가

더욱 살아 있는 부처인듯 느껴진다. 수묵의 농담(濃淡)처럼 바로 앞산은 어둠처럼 짙고, 

멀어 질수록 점점 엷어지다가 결국에는 하늘과 하나 되는 것이 바로 불법이라고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라 말씀해 주시는 듯 하다 



국중제일정토도량(國中第一淨土道場)




일주문 뒤에는 국중제일정토도량(國中第一淨土道場) 이라는 

여산 권갑석(如山 權甲石)의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는  무학대사가 

‘국중제일의 길지’라고 한데서 유래 했다고한다



안국사는 봄에 동기 합동 모임때 관광버스 기사의

가을에 가면 좋을 사찰로 추천받아 찾아가보았으나 아직은 산이 불타지 않아

그 명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