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行間)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신문기사를 읽거나 독서를 할 때는 행간(行間)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행간을 읽어야 글의 정확한 내용에 근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행간이란 글의 줄과 줄 사이 또는 행과 행 사이를 가리키는 단어로서, 좀더 포괄적으로 얘기한다면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있지는 아니하나 그 글을 통하여 나타내려고 하는 숨은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표현되고있다.

행과 행 사이에 무슨 기호나 암호가 표시되어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숨은 뜻을 알 수 있을까.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 내용을 파악하기도 바쁜데, 어디서 행간을 찾아낸다는 말인가. 행간이 보이질 않는다고 해서 자기임의대로 해석을 해도 된다는 말은 더욱 아닐 텐데. 그렇다면 행간을 읽는다는 것은 지나가는 바람을 붙들거나 뜬 구름을 잡는 것처럼, 황당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왜 행간이 존재하고있는가. 글의 내용을 그대로 적확(的確)하게 표현하면 그 뿐인데, 행간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글이나 말속에는 단어나 문장만으로는 참 뜻을 정확하게 나타내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는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뜻을 전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행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우선 글을 쓴 목적을 알아야 한다. 글 속에는 항상 그 글을 쓴 사람의 의도가 베어있기 때문이다. 왜 이 글을 쓰려고 했을까. 남에게 알리기 위해 썼는지 혹은 기록을 위해 썼는지,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나타내려고 썼는지 혹은 남의 잘못을 꼬집기 위해 썼는지, 사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했는지 혹은 자신의 주장을 담으려고 했는지 등을 간파해야 한다.

왜 그렇게 표현을 했을까. 제목은 글의 내용에 비추어 적확한 것인가. 글의 내용은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맞게 전개되었을까. 무엇을 쓰려고 했을까. 이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표현능력에 부족함이 없이 썼을까. 이 글은 글을 쓴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게 표현이 되었을까 약하게 표현이 되었을까. 왜 사진, 도표, 일러스트 등의 보조수단을 사용했을까 등을 간파해야 한다.

역사를 살펴볼 때 국가존립의 위기가 있거나 독재정치가 창궐한 시대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직접적이거나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어려웠기에, 특히 행간의 중요성이 부각되어왔다. 하지만 언론 출판의 자유 등이 제대로 성숙한 시대에서는, 될 수 있으면 정치를 포함한 제반 사회문제를 적확한 표현으로 구사해야,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행간을 읽어야 하는 골치 아픈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다.

(2006. 8. 박순원 칼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