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죽음도 그런

일상이었던가..

십수년이 지난 바닷가,
그 날의 몸부림들은 여전하다..

언제나 젖은채 굳은 치마자락에
너처럼 들락거리며 부서지는 파도조각,

유람선 선상에서 그때처럼 유인하면
변함없이 가공된 먹이로 몰려드는 갈매기떼,

일출은 달라진 모습없이
정해진 그 시각,그 자리에서

좀 더 붉어진 흔적도 없이
태연히 오름을 반복한다..

그동안,

어느 아이의 아버지가 죽고
어느 아이의 어머니가 죽고

그 아이의 친구가 죽고
그 아이의 자식이 죽고

너조차 예전의 모습은 간데 없는데
들락거린 사람들로 낯설어진 거리,

그 거리의 바람들은
그대로 여전하다..

젖어든 눈가엔 이미
젖은채로 굳어진 흔적들..

일상처럼 되어버린 이별들이
이젠 더이상 눈물조차 되지 못해,

곡소리 한번 요란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영안실,

너를 보내는 지금,
죽음도 삶처럼

그런 일상이면
좋겠다..

도심을 뒤덮는 첫눈이 내린 날,
기다림 끝의 찰라의 설레임,

그래도 정해진 시각에
다시 만난 오늘처럼..

이별도 그런
일상이라면

참,좋겠다..



*내 친구,박성기가 어머니와 같은 장모님과 2003년 12월 7일 오전 9시 30분에 이별하였습니다..일상처럼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입니다..죽음은 또다른 기다림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병간호로 쇠약해진 친구가 빨리 회복되기를 빌면서..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발인:2003년12월 9일 09:30분
*장지:영락공원
*분향소:부산 대동병원 장례식장(3호실)
*연락처:장례준비위원장,허영제(018-578-7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