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놈의 네팔산악회인지... 때문에..
생전 해보지도 못한 등산을 가게 생겼다
토요일에 마누라를 따라 등산용품점에 가서 등산 바지를 하나 샀다
입어 보니.. 배불뚝이에 오리 궁둥이라...
마누라 왈.. \"못봐주겠네..\" 하며 조끼를 하나 입힌다
\"조끼 이거 벗지마라, 이거라도 카바해야지..\"
이렇게.. 등산복이 한벌 생겼다

다음날 아침
서둘러 일어나 마누라를 따라 시장에 가서 오이와 떡 한조각,초콜릿 몇개를 사고 얼린 생수를 한병 배날에 넣고 1호선 전철을 탄다
68분을 달려 도착한 곳... 망월사역 엄홍길 기념관 앞...
아무도 내가 올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나 보다..
날 보곤 깜짝 놀라는 이 철우..(이철우는 내가 등산을 죽어도 안가는 줄 안다)
다들 \"웬일이니?\" 하는 표정이다..
내가 이자리에 온사연을 무슨 큰 잘못이나 한 사람의 변명처럼 주절주절 늘어 놓고..
속으론.. 걱정이 태산이다
저 높은 산을 내가 오를 수 있을까... 가다가 돌아 오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
이 자리로 돌아 오는게 아니고 다른 곳으로 내려 온다는데.. 언놈이 계획을 이따위로 세웠을까..중간에 포기하지도 못하게...
그래도 가야 한다.. 내 건강을 위해 큰칼을 뽑아 들었는데...

이제.. 출발..
산이란 놈은 처음 출발할 땐 별거 아니다..그냥 약간 경사진 산책로이다
얼마 가지 않아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가파른 산길로 접어 들었다
제법 씩씩하게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숨은 점점 가파지고..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만두고 내려가고 싶은마음이 굴뚝같다
괜히 왔다는 생각에 혼잣말로 \"미쳤지..미쳤지..\"를 연발한다
이놈의 산은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없다
누군 절반쯤 왔다하고 누군 삼분의 이쯤 왔다하고 누군.. 세시간쯤 더가야한다고 한다..
세시간은 거짓말 같은데... 도무지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옷은 땀으로 완전히 젖어버렸다
수건을 챙겨가라는 마누라 말에 커다란 목욕수건을 챙겨 왔더니만
땀 닦으려고 꺼냈는데.. 이것 자체로 한짐이다..씨발..
게다가 비까지 오네... 땀에 빗물에.. 범벅이고..
물먹은 수건을 목 걸었더니.. 목이 빠지겠다..
이젠 아무 생각도 없다..
아니..생각할 정신이 없다..
그렇게 세시간쯤 ..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바위산...
웅장하기 이를데없는.. 그 위용에 사뭇 압도되는....
자운봉.. 해발 740미터.. 도봉산의 정상이란다...

아.. 내가 도봉산에 올랐거라...

각각의 배낭에서 꺼내 놓은 과일이랑.. 맥주.. 그리고 뭔지는 몰라도 갈색의 술..
목마른 차라 맥주는 한캔 마셨으나...
생수병에 들어 있는.. 친구들이 입맛을 다셔가며 먹고 있는 갈색의 술..을 나는 마실 수 없었다..
성한 몸으로도 이 길을 내려 갈 수 있을까..걱정인데.. 술까지 마셔서는.. 영 자신이 안선다..
쩝쩝....

하산길..
비가와서 바위가 많이 미끄럽다..
내리막에.. 순간.. 마음을 놓으니 철퍼덕하고 미끄러진다

다리가 맥이 다 풀려서  몸을 따라 오지 못하여 매번 몸이 먼저 나가 휘청대며 잃어버린 다리를 찾아 온다
그래도 돌아 오는 길은 희망이라는 놈이 있어서...
한결 수월하다

내리막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편안한 산책로가 나타난다...
다..왔다...

내가.. 내가 말야... 도봉산을 먹었다는 걸...
소문 낼 방법이 없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