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그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휴! 덥더 더워 大暑라더니 정말 덥네요

장마가 끝나더니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군요

예전에 피서는 주로 바다나 섬으로 다녔는데

나이가 들기 시작하니 바다의 혼잡함이나 짠물보다는

점점 산이나 계곡의 맑은 공기 시원한 물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비록 知者 나 仁者는 아니지만 녹음 짙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흐르는 물소리와 산새소리 바람소리에 더위를 날려봄은 어떨런지요?



오늘은 산좋고 계곡좋고 보성강과 섬진강까지 좋은

곡성과 구례의 산사를 소개 합니다






호남 고속도로 석곡 IC를 나와  곡성군으로 접어 들었다

전라남도 곡성(谷城)은 이름 그대로 산이 많은 고장이다. 

또한 곡성은 남원과 순창 쪽에서 오는 물줄기를 맞아 

구례 땅으로 보낼 때까지 보성강을 합류시키면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의 평화로움과 그 물줄기를 

타고 이어지는 전라선 철로의 소박함을 품고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청류동계곡




도림사로 걸어올라가는 길은 청아한 계곡물 소리에

몸과 마음이 저절로 깨끗이 씻겨지는듯하다.

인근 동악산 남쪽 골짜기에서 시작된  지방기념물인 

도림사계곡은 청류동계곡 혹은 청류구곡으로 불리며

수맥이 연중 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송, 계곡, 폭포들이 어울려 절경을 이루고 있다. 



넓다란 암반과 그 위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발담그는 

세족만으로 더위를 견디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다.

도림사에는 특별한 문화재가 없어도 

절앞에 흐르는 계곡 자체만으로도 가히 국보고 보물이라 하겠다.



도림사(道林寺)




도림사는 동악산 줄기인 성출봉 중턱에 자리잡고있다

도림사 주차장에서 부도군을 지나면 바로 일주문이 높은 계단위에 

걸터 앉아 있고, 기둥 사이로 대법당인 보광전이 보인다.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지는 도림사는 도선국사, 사명대사, 서산대사 등 

도인들이 숲같이 모여 들었다 하여 도림사라 한다. 





동악산 정상을 바라보며 불심을 지피고 있는 

도림사는 작고 소박하다.경내로 들어서면 응진전, 칠성각, 명부전 등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 올 정도로  절터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당간지주나 법당들의 배치가 큰 절이었음을 직감케 한다. 







절 입구 일주문 뒤로는 허백련 화백이 쓴 \'오도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당스님 양개는 개울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깨달아 오도송을 불럿다는데

이곳 도림계곡에는 내자신을 비출 개울물은 많으나  아둔하여 깨닫지를 못하니 

차라리 \'무감어수(無鑑於水) 감어인(鑑於人)-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춰보라.\' 라는 말이 나에게 더어울리리라!






태안사(泰安寺)




청류구곡의 시원한 계곡바람을 뒤로하고 태안사로 향한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합류지점인 압록을 지나 

보성강변으로 5분여 달리다 보면 왼편으로 태안사 이정표가 눈에 띤다. 

보성강 다리를 건너 다시 10분 동리산을 향해 달리면 

태안사 입구에 이른다. 산길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2km에 이르는 태안사 진입로는 울창한 숲그늘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다. 

 

능파각




땀에 젖은 몸이 녹음에 물들때 쯤이면 경내를 표시하는 

아름다운  능파각과 마주한다. 동리산에서 흘러나온 계류를 

건너는 다리 역할을 하고 금강문을 겸하고 있는 아름다운 누각 능파각. 

계곡 양쪽에 있는 자연암반을 이용해 

통나무 두 개를 잇대어 걸친 뒤 누각을 형성하였다



속계와 법계를 이어주는 능파각 위에 올라서면

길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닢 스치는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에 마음까지 평화로워지고 능파각을 

건너노라면 세속의 번뇌를 모두 다리 밑으로 

흘려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동리산 태안사 일주문




육당 최남선이 1925년에 태안사를 둘러보고

 \"신라 이래의 절이요, 또 해동에 있어 선종의 절로 

처음 생긴 곳이다. 아마도 고초(古初)의 신역(神域)과 같다\"고 

극찬한 바 있다.태안사는 지금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구산선문의 유서깊은 절로 한때 화엄사를 거느리기도 했었다. 





능파각을 뒤로 하고 일주문에 이르는 숲길로 난 작은 오솔길은 

선경(仙境)이다. 능파각을 건너면 초록 이끼가 깔린 돌길이 시작된다. 

태안사가 간직한 가장 큰 아름다움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돌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 옆에 부도밭이 자리 잡고 있다

태안사 중창에 크게 빛낸 광자대사 윤다스님 부도당이다.	

높이는 약 3m에 달하고 지석대부터 상륜부의 보개까지 

8각 평면을 이루고 있으며 기단부 위에 탑신을 차례로 

놓은 전형적인 8각원당형으로서 보물 274호로 지정되어 있다.





광자대사탑 옆에 놓인 탑비는 (해동금석원)의 기록에 

의하면 높이 5.2척, 너비 3척으로 나타나 있는데 

비신이 깨져 오른쪽 상부와 하부가 멸실된 비편이 

귀부와 이수사이에 놓여져 있으나 판독이 가능하다.

비의 두께는 22cm, 자경은 3cm 정도로써 

현재 보물 275호로 지정되어 있다. 







태안사에는 현재 대웅전 ·보제루(普濟樓) ·해회당(海會堂) ·선원(禪院)

·능파각(凌波閣) ·일주문(一柱門) 등의 당우가 있다



대웅전 








태안사 대웅전은 6·25 전쟁 때 불타버렸다. 현재의 대웅전은 1969년에 옛 모습을 

본 따서 새로 지었다. 전체적으로 단아한 느낌을 주는 대웅전은 4마리의 용이

대웅전을 지키고 있다



적인선사 혜철스님의 부도 




천년의 선풍(禪風)을 고이 간직한 태안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적인선사 혜철 

스님의 부도와 부도비는 절의 사방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가장 높은 터에 자리잡고 있다. 스님께 문후인사를 여쭈려면 

둥그런 굽은 통나무를 아치형으로 배치한 배알문을 들어서야 한다





그리 크지 않는 포근한 동리산. 

봉황이 살기에 알맞은 오동나무가 많고, 

오동나무 줄기 속처럼 아늑한 자태를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태안사다

세속의 번뇌를 다던져버리고 이곳 봉황의 서기를 간직하여 돌아가라고

나가는 문을 봉황문으로 했음에 틀림없으리라 생각하며

지리산 연곡사로 향했다





구례장




연곡사 가는길에   구례장5일장( 3일 8일)이 열렸다.

구례읍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남원과 화엄사 방향으로 

난 외곽도로(19번 국도) 사이까지 길게 뻗은 장터는 어물전, 

싸전, 채소전으로 구분된 장옥이 2백여 동이나 된다.



시골장날은 어릴때 각종 과일 채소 한봉지에 50원 100원하며

일원 단위로 흥정하던게 이제는  3000원이 기본 가격인것 같았다. 

장날 분위기는 어릴때 고향 장날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선 일반 상가가 아닌 진짜 장옥(나무로 만든 가건물로 함석 

지붕과 나무 덧문으로 이루어졌다)을 볼 수 있다. 영화 속의 장면 

그대로 옛 모습의 장터를 가감없이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담벼락을 타고 길게 늘어선 좌판들 

고작해야 푸성귀 몇 단과 

잡곡 몇 봉지가 놓인 허름한 점포,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주름진 손에 성성한 백발들 옛 모습 그대로의 장터

백원짜리 동전이 아직도 가치가 있는 곳 

웃는 소머리 돼지머리가 걸려 있는 장터 구경은 

예전 고향의 냄새를 흠씩 풍겨준다



연곡사(燕谷寺)




구례 읍내를 거쳐 하동쪽으로 난 길을 달리는 기분은 

항상 상쾌하기 그지 없다. 장마뒤의  보성강 황톳물도

섬진강으로 들어서면 맑고 투명한 물결로 

나와  함께 피아골로 찾아든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에 있는 연곡사는 지리산 피아골로 

접어드는 입구에 위치한 지리산 최초의 사찰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헤치며 피아골로 향하는 도중에 

만나는 풍경도 장관이다. 옥수(玉水)처럼 깨끗한 

연곡천 물결이 돌멩이에 부대끼며 토해내는 

흰 포말이 언뜻언뜻 스쳐가고, 넓은 계곡 곳곳에는

가족들의 물놀이가 한창이다.가을철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은 

풍족한 수량과 울창한 숲이 품어내는 청량함으로

한여름 나기에도 더없이 좋을 듯하다.



계곡과 숲에 취해 계속 올라가는데 그기분도 잠시

가도 가도 절은 없고 절이 있어야 할곳에는 

어찌 그리 민박집과 음식점이 많은지

자연 보호를 위해서는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지나 않을까

생각하며 오던 길 초입에 있다는 연곡사로 차를 돌렸다.





아직 아픈 상처가 기억 속에 남아 우선 피아골 하면 

6.25 전쟁 전후 지리산 일대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빨치산과 그 토벌과정에서 흘린 피[血]와 지명이 

자꾸 겹쳐 섬뜩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곡식의 하나인

 피를 많이 재배했다고 해 피밭골이라는 지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대적광전




지금의 연곡사는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으나 대적광전 및 요사채는

근래에 세워졌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정면 멀리 대적광전이 보이고 

오른쪽  연못뒤로 해우소가 보인다 조금 걸어 올라가면 

왼편에 보물 제 151호인 연곡사 3층석탑이 있다.

  

삼층석탑에서 대광보전을 지나 왼쪽(서쪽)으로 가면 

귀부와 이수만 남은 높이 약 1.9m의 현각선사 부도비가 보인다.

귀부의 조형이 매우 거대하고 당당해 위압감이 느껴지는 

이 부도비는 고려초의 것으로, 보물 제152호로 지정되어 있다.



부도탑




 동부도는 연곡사 부도 중 가장 앞선 신라 말기에 만들었으며 

기단부에서 상륜부까지 온전히 갖춘 예술적 작품성이 뛰어난 부도탑이다. 







연곡사 대적광전에 삼배하고 나서면 오른편 뒤 시계반대 방향으로

작은 소로가 나있는데 이길이 부도를 찾아가는 길이다 

매미소리들으며 오솔길을 돌아가면서 땀이 날 듯하면

쉬어가라는 듯 나타나는 아름다운 동부도와 북부도, 서부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불락사(佛樂寺)




연곡사를 나서 하동 쪽으로 조금 오다보면   좌측으로  

불자 국악인들의 산공부 도량 불락사(佛樂寺)가 있다. 

절 이름이 불교음악을 이루는 도량이란 뜻이어선가. 



법고전과 목어



부처님 모신 큰법당의 이름마저 법고전(法鼓殿)이다. 

시방세계에 둥둥둥 법고를 울려 중생의 무명번뇌를 

씻어 주려는 발원이 역력한 이름이겠다.

 불교 예술제 개최시 법고전의 문틀을 내려 무대로 사용한다





불락사는 불교음악의 진흥을 위하여 창건하였는데,

진감국사께서 불교음악을 창시한 국사암을 기틀로 불교음악을 

재 부흥, 현 불락사에서 전통  불교음악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불락폭포







불락사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나서려는데 조금만 올라가면

폭포가 있다가 구경하길 권한다. 아스팔트 포장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니 어디선가 요란한 물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위 왼쪽 길섶으로 샛길이 보일 듯 말 듯 열려 있다. 

수풀을 헤치고 들어서면 희미한 길이 나타난다

길을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가니 커다란 바위 뒤로

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20m이상의 높이에서 

장쾌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가 온갖 

잡된 생각들을 죄다 씻어내 버린다. 

저 폭포를 배경으로 바위에 앉아 일심으로 기도하면

득음이던 성불이던 못이룰게 없을 것 같은 장소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