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조희재 
| 제목 | 바쁜 하루 |
|---|---|
| 글쓴이 | 노월영(34) [ nwy-2069@hanmail.net ] |
| 작성일 | 2007-04-09 |
4월8일 일요일
우이동 영산 법화사에 간다.
일찍 서둘렀는데 8시30분이 지나서 집을 나선다. 1218번 우아동으로 바로 가는
뻐스에 오른다. 매번 하는대로 나무묘법연화경 제목 봉창을 한다.우이동까지 50여분.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종점에 다 와서 잠이 깬다.
뻐스나 전철을 타면 잠이다.깨어 있으려 해도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나쁘진 않다.
1킬로 정도 오르면 절에 도착한다.
등산로가 없는지 모르겠다. 올라가는 사람이 없다.간혹 새 소리뿐 조용하다.
진달래꽃이 만개했다.잠시 쉰다.따사롭다. 봄기운이 온 몸에 스며듣다.
하늘을본다.구름이 흩어지고 모이고 그림을 그린다.오랫동안 그렇게 본다.
나를 잊는다.
김소월. 시 구절이 생각난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 만치 혼자서 피어있다.
저 만치. 하나 되지 못하여 안타깝다.
영산법화사
절에 도착. 법당에 바로 오른다.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가 보다. 어른. 아이. 여러사람이다.
방석과 염주를 준비한다. 108배를 시작한다.먼저 불 법 승 삼보에 예를 올린다.
한번 절을하면서 제목 봉창을 세번 부른다.그저 내가 그렇게 한다.교만 방자함을 없에
달라고 머리를 숙인다.내 안에 부처님 어서 나오시라고 제목을 부른다. 계속 절을 한다.
그 사이 스님은 천도제를 진행하신다.스님은 연세가 많으시다. 염불과 독경 소리가 구성지다.그래도 얼굴은 맑디 맑다. 제목봉창 목소리를 낮춘다.천도제에 방해되면 안된다.
자주 하는 108배지만 그래도 할 때마다 힘든다.다 마치면 숙제를 다한 기분이다.
앞으로 나가서 부처님께 다시 절을 올린다. 그리고 이 절을 세우신 이법화스님
영정에도 절한다.다시 왼쪽에는 오늘 천도제를 올리는 영가의 제사상이 있는 자리로 간다.
영가의 사진이 있다.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이제 부디 극락왕생하시라고
기도를 드린다.
보통 때는 그냥 법당안에서 경을 읽는다. 오늘 천도제가 있어서 조용히 나온다.
바깥에는 일반인이 편하게 절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오다가다 절에 들린 사람이 참배하는 곳이다.
돌을 깍아 만든 부처상과 그 뒤에는 역시 돌로 만든 보살상이 여러분 있다.
여기에는 방석 대신에 스폰지에 고무를 입힌 길다란 자리가 있다.
그 위에서 역시 삼보에 절을 한다.
이제 경을 읽을 차례다.법화경 요품. 읽고 또 읽는다.뜻을 제대로 모른다. 그래도 자꾸 읽으라고 한다. 한글로 번역된 것이라 자꾸 읽어서 온 몸에 베이면 저절로 뜻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정모가 왔나 보다. 정모 목소리가 들린다.절을 알기 때문에 각자 올라온다.
정모는 성불정정업을 읽는다.같이 경을 읽는 친구가 있어 서로 도움이 된다.
이제 절을 떠날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점심시간이 지났다.절 입구에서 왼편으로 조금 올라가면 평평한 자리가 있다.
매번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뒤에는 빙 둘러서 산으로 막혀 있다. 완전히 바람막이가
된다 . 앞으로는 확 튀어 있어서 전망이 그저 그만이다. 아침은 그냥 몇숫갈만 하고 왔다.
배가 고파 온다. 사실 이 몸은 아주 부자다.저축한 것이 많다. 한달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다. 그래도 때만 되면 밥 달라고 조른다.거지 행세를 한다. 자기 재산은 풀지 않는다.
겁도 많다. 어느때 음식이 딱 끊어지면 어떡하나. 항상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비만이 되어
건강에 적신호가 와도 그런건 모른다. 자꾸 달라기만 한다.그래도 길 들이는 방법은 있다.
하루쯤 단식을 한다. 밥 달라고 난리다.그래도 안준다. 그러면 어떡하나.눈물을 머금고 자기 것을 푼다. 그것도 얼굴에 붙은 재산을 쓴다.배에 저장된 것은 안푼다. 그건 정기예금이다.
오늘은 녹두죽을 준비해 왔다.呂 여사님이 아주 진하게 만들어 준다.마호병 두개에 담아 왔다.컵에 부어 조그만 스푼으로 떠 먹는다.입이 데일 정도로 뜨겁다.호호 불면서 먹는다.
정모가 가져온 김치와 계란 말이로 간을 맞춘다.목구멍을 넘어 가면서 진한 녹두 맛을 느낀다.
고요하다. 정말 고요하다.
바람도 없다. 포근한 햇살. 적막강산. 시간이 멈춘듯 마냥 이렇게 있고 쉽다.
낙엽위에 몸을 눞힌다. 숨이 들고 남을 느끼면서 조용히 잠을 청해 본다.
우이동 기원
오후에 정모와 바둑을 몇판 두고 간다. 세번째다. 오래된 습관이고 재미가 만점이다.
바둑에는 축과 장문이 있다.
축은 나갈 길이 딱 한군데 밖에 없다. 그러면 또 막는다. 꾸불 꾸불 그렇게 가다가
막다른 곳에서 갈데가 없다. 결국 다 잡힌다.
장문은 아예 나갈 길이 없다. 꼼작 달삭 못한다. 너무 잔인하다.
바둑을 두다가 성격이 잔인해 질가 두렵기도 하다. 그냥 오락으로 생각하자.
하긴 오욕락을 즐기면서 청정함을 얻고자 하는 것도 모순이다.
이건 보살 수준에서 가능한 일이다. 보살은 중생과 함께 딩굴면서도 때묻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천상천하 유아 독존이다. 하나님의 독생자이다. 언젠가 성현이
말씀하신 진리를 깨우칠 때기 올 것이다.
두판을 두었다. 누가 이겼는야고. 그건 알아서 뭐 할려고.
정모 핸드폰에서 신호가 온다. 황원장이 수유역에서 좀 만나잔다.
북한산으로 등산을 왔나.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잔다.
정모가 서두른다. 택시를 탄다.
종로 빈대떡집
수유역에서 하차한다. 내려 보니 8번 출구다. 5번 출구라 하였는데.
한참을 올라 가는데 저기 한봉이가 보인다. 우리를 보았는지 뛰어온다.
어째 발 걸음이 좀 이상하다. 술을 한잔 걸쳤나.
무척 반가워 한다. 어깨를 감싸 안는다. 월영이는 멍하다.
월영이는 웃을 줄 모른다. 웃으면 복이 온데서 일부러 웃는 연습도 하여
보았지만 그 때뿐. 항상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은가.
저기 상진이도 보인다. 그런데 황원장은 없다. 전화하고 틀린다. 따지지 않는다.
종로 빈대떡집을 찾는다. 꼭 아는 집에서 먹어야 하나. 그 집이 그 집인데
하긴 아는 집이 좋다. 익숙하고 주머니 사정도 고려한다.
빈대떡 둘 그리고 소주를 시킨다. 오늘 청계산 산행을 하고 오는 길인가 보다.
이리 저리 헤어지고 둘만 남았다. 동명이를 불렀는데 오지 않더란다.
술꾼들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술꾼이 점점 준다. 혼자 먹기는 안스럽지.
청계산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남녀 합이 몇 명이라더라.
오늘 결산 보고가 있었나 보다. 모임에는 돈이 있어야 한단다. 상진이는
차기 동창회장으로 한영이를 총무를 희상이로 추천한다. 장부를 깨끗이 해서
인계하겠단다. 한봉이는 산우회 회장은 꼭 한영이가 맡아야 한단다.
산우회 보고서에 밑에 회장 문한영으로 되어 있다. 월영이가 묻는다.
한영이가 승락했나. 아니란다. 이건 강요인데 한영이가 마음고생하겠다.
오늘 청계산에서 한봉이가 집중 공격을 받았단다. 그래도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인다. 한봉이가 이야기가 많다. 아주 즐거워 한다. 상진이가
거들고 정모도 간혹 한마디 하는데 월영이는 거의 말이 없다.
모임에 아무 말이 없으면 모임이 안된다.
말없이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마누라 밖에 없다.
월영이도 술을 만땅으로 먹고 싶다. 술 주정도 엉망으로 하고 싶다
그저 편하게 살고 싶다.
집으로 가는 길
버스 정류장을 모르겠다. 왔다 갔다 헤멘다. 수유역에서 못찾고
다음 정류장까지 왔다.이번에는 버스가 안온다. 분명히 지나가는걸
보았는데. 신경질 난다. 다른 버스는 많이 오는데.
숨을 크게 쉰다. 마음을 돌린다, 아까 그 버스 탔으면 사고가.
생겼을 거라고. 신의 섭리라고.
이제 집으로 간다. 예의 제목봉창을 한다. 상념이 들어 온다.
예수님 계명이 생각난다.
주 너의 하나님을 몸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공경하라.
둘째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나님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으니 어떻게 공경하나.
억지로 이미지를 만들면 그건 바로 우상 숭배로 빠진다.
네 이웃은 바로 하나님의 화신이니 하나님 대하듯 사랑하라고.
버스는 신이문역을 지나간다. 핸드폰이 울린다. 마누라다.
아침에 마누라가 결혼식장에 간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 어디있냐고. 신이문역인데. 그러면 장한평역으로 와 주면 좋겠다고.
종로에서 장한평으로 가고 있으니 그기서 만나자고.
설명이 길다. 예식이 끝나고 네 사람의 친구와 함께 온다고. 우리 예식이 끝나고
친구들 대접을 못해 미안하다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마누라가 이제
사람되어 가는 갚다.
장한평 강릉 횟집
마누라가 한복을 입었다. 한결 이뻐 보인다. 결혼식장에는 한복을 하라고
그렇게 일러도 안듣더니.
합이 여섯명이다. 강릉 회뭇침 집으로 간다. 요지음 거의 가지 않았다.
새 사람을 만날 때마다 부담도 가지만 기대도 크다.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았으니 어떻게 살아 왔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내가 모셨으니 말을 안할 수 도 없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흘러 가는데
건강 . 영감. 마누라. 돈. 자식 .그런 범위이다.새 봄에 돋아 나는 상치처럼
상큼한 이야기는 없나. 맨날 하는 이야기. 어디서나 듣는 이야기. 지루하다.
나도 한마디 한다. 나는 손주 이야기 밖에 없다. 초등학교 2학년.머리는
돌아 가는데 운동은 젬병이다. 며느리가 하는 이야기다. 일년 전 이야기.손주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서 달리기 했는데 나 4등했어
그래 몇 명이 뛰었는데
네명
정모가 오늘 아침에 처형이 있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단다.
모두 방 바닥을 치며 웃었다고 하네
예식장에서 먹고 오는 길이라 음식이 남는다. 4시에 예식이 있어서.
매운탕 거리는 포장을 했다. 그런데 어느틈에 손님이 계산을 했다.
알고보니 계를 하는데 곗돈으로 치렀단다. 나는 이거 완전히 폼만 잡았다.
다음 기회가 있다 하지만 서로 바쁜데 언제. 게다가 매운탕까지 얻었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다.
장안동192-39(집)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하지만 몸부터 씻어야지.샤워를 간단히 한다.
머리 한번감고 몸에 물 끼얹고 비누 타올로 한번 문지르면 끝이다.
때를 밀지 않는다. 그건 피부를 베끼는 행동이란다. 등산 보따리를 대충 정리한다.
뭐 딱히 할 일이 없다. 법화삼부경을 본다. 어제 토요일 혜경스님 법화삼부경 출판
기념회에 다녀 왔다. 책도 두권 받아왔다. 합이 10권인데 평생 사업으로 하신단다.
산스크리트본도 번역문이 있다.
마누라가 다시 부른다.
사위집에 좀 가자고. 별 생각없다. 사위집엔 어쩐지 가기 싫다.
마누라 혼자 보낸다. 밤에 여자가 혼자 차 모는거 걱정된다.
그래도 자주 간다. 아까 식당에서 가져온 매운탕 꺼리 갖다 준단다.
다시 책을 본다. 전화가 온다. 아들이다. 어머니 찾는다. 야 네 매제집에 가셨다.
오늘밤 11시에 SBS 에서 절에대한 방송을 한단다.
아버지가 집에서도 108배를 하니까 방송을 보라고 전해 준다.
이상하다. 우이동 절에서 108배를 하고왔다. 내려 오는 길에 몇 분이 조그만 책을
나누어 주는데 받아보니 절에 관한 내용이다. 절하는 방법 효과등이 적혀있다.
밤에 방송에서도 또 절에 관한 이야기다. 집에서도 계속 절을 하라는 계시로 보인다.
방송이 길다. 자정을 넘긴다. 그새 마누라도 돌아왔다. 벌서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자야겠다.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마누라가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다시 일어나 문을 열고 묻는다. 꿈꿨나. 아니란다. 괜히 잠만 깨운다고 꿍얼거린다.
다시 잠자리에 든다. 요새 꿈자리가 좋지않다.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꾸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