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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박현태(28)선배님 28일자 신문기사
글쓴이  지종학(39) [ gcinet@kbs.co.kr ]  / 2004-04-28
…고희출가 전KBS사장 지연스님을 찾아.. 굿데이신문 04.04.28(수)
“돈. 명예 다 버리고 참 자유를 얻었지.....”
            <지종학 작가 산중문답>
지난해 10월 22일 속을 떠나 승의 세계로 간 지연 스님을 만났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11대 국회의원, KBS사장 등을 역임한 지연스님 박현태씨는 고희의 나이에 훌쩍 출가를 했다. 시대의 한복판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한 언론인이 움켜줬던 손을 쫙 펴고 허허롭게 바람 속을 거니는 풍경을 그의 오랜 지인 지종학 작가가 만나봤다.-------------------------------------------
"다 버리고 빈손으로 산에 왔는데 사진은 무슨 사진…."
이른바 '왕년'과 관련된 기사나 사진 등 기초적인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허! 허!" 웃음만 짓는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이제 막 신축 중인 절의 공사판 현장에서 흙투성이 신발과 점퍼 차림의 박현태 전 KBS사장은 함께 일하는 인부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이제야 찾았는지 모르겠다"며 허허로이 웃음짓는 박전사장이 새로 얻은 이름은 백련사 지연스님. 언론계의 수장에서 정치가로, 행정가로, 대학교수와 총장직을 통해 학계에서 펼치던 명성도 결국은 이 길을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게 '산으로 간 까닭'이다.
젊은 시절 스님에 대한 평가는 '불같은 추진력' '정의감이 불타는'으로 축약된다. 부당한 기사 취급 문제로 윗사람과 논쟁 끝에 소신을 지켜낸 '소동'이 있었으며, 정계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시 집권당 실세인 이모씨의 부당한 압력이 있자 한마디로 '작살낸' 사건도 있었다. "이제는 파면당할 일도 없고 부도날 재산도 없으니 얼마나 편안한지 모르겠다"는 지연스님은 "지금까지의 삶이 나름대로 기여해왔다고 본다면 이제 남을 위해 봉사할 때를 찾았다"고 전한다. 속세에서는 물질적인 풍요를 얻겠지만 인간의 마음은 더없이 가난하고 불안하다는 이론이다.
'지연(志淵)'이란 법명은 '깊은 백성이 되라'는 뜻이 담긴 스승의 호 '연민(淵民)'에서 '연'자를 따왔다. '뜻이 깊다'는 의미이니 뜻깊게 살겠다는 각오다. 스님은 지난해 10월22일 불교 태고종 총림인 전남 순천시 선암사에서 수계했다. 불교 태고종의 예비승려 교육과정은 매일 108배와 1보1배의 수련을 거친 후 수계가 이뤄진다. 해인사 행자실을 찾는 이가 한해 300여명에 이르나 정작 스님이 되는 것은 30명쯤 된다는 설명은 수행(修行) 과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터이니, 분명 대단한 결심임에 틀림없다. -----------------
“떠날 때 못떠나는 것은 탐욕, 선. 자비 베풀 때 비로소 해탈...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이제야 찾았는지.....“
"지식은 장신구이며, 학벌은 삶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 어느 대학동문 스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제 봉사하고 공부하면서 불도에 정진하는 게 전부란다.
말을 나누는 동안 옆에 있는 연못에서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자 스님은 '청어, 시어'의 뜻을 아느냐고 묻는다. 청어(聽語)는 무성(無聲)이며, 시어(視語)는 무형(無形)으로서 '소리가 없어도 듣는 것이 청어이고, 형태가 없어도 보이는 게 시어'라는 스님의 해석이 어렵게 느껴진다. 스님은 "염불이나 범패도 음악"이라며 돌연 '염불의 음악론'을 제기한다. "염불은 간절한 목소리가 안고 있는 '애안성'이며, 목탁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박자를 맞춰야 하는 기본이 있다"는 설명에서 이제는 '전문가답다'는 생각이 든다.
KBS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젊은 세대만을 위한 집중 편성 때문에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가요무대>를 신설해 흘러간 노래를 부활시켰는데, 염불 역시 듣는 이에 따라 그 가치가 있다는 공통점 이론이다. "떠날 때 떠나 주어야 후배들도 살아갈 것 아니냐"는 스님은 후배와 경합을 벌여가면서까지 자리를 차지하려는 요즘 사람들의 태도야말로 욕심 중의 욕심이라고 덧붙인다.
국회의 탄핵사태 이후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것 역시 양보는커녕 내 편과 네 편을 갈라놓고 '내 편이 아니면 죽어야 한다'는 인간의 탐욕과 가식이 원인이라고 해석한다.
기독교에서는 '진정한 자유는 사랑이 수반되어야 한다'(갈라디아서)는 성경 말씀이 있다. 불교에서는 자아를 버리고 선과 자비를 베풀 때 무아를 경험하며, 그것이 바로 '해탈'임을 가르치고 있다. 70의 나이에 이제야 진정한 자유를 찾은 것 같다는 지연스님의 새로운 '자유론'이다.  모처럼의 만남을 뒤로하면서 한참 후배에게 보내는 아쉬운 눈길, 두손을 모으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담겨 있다. 무엇이 한 인간을 저토록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   
지종학 (전 스카이KBS 사장, 경남대 교수)
***사진은 사진 갤러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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