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국회의장은 8일 오전 10시부터 45분동안 접견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모두발언에 이어 일문일답했습니다. 다음은 주요내용입니다.
■ 모두발언
국회의장에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국회의장에 취임한 바로 그 날 의원회관 정문 개방 지시로부터 시작된, 35년에 걸친 국회를 좀 바꾸어 입법부다운 입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한(恨)처럼 여겼던 일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한다. 대통령이 지명하지 아니한 국회의장으로서 국회가 해야 할 네 가지 일을 생각했다.
대통령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중앙당의 지나친 장악으로부터 독립하거나 벗어나야 하고 국회의 운영과 제도를 개선하고 국회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이 중 세 가지는 어느 정도 달성되어 오랜 내 한이 좀 풀린 것 같다. 그러나 중앙당으로부터의 자율성은 대단히 미흡하다. 이는 의장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모두가 힘을 합해야할 것이다.
국회 운영, 제도개선과 관련해서는 국회법을 개정했다. 국회 본회의중 파행되는 일은 없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국회법을 바탕으로 보다 명문화된 규정에 의해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과거 국회는 선례나 관행 중심으로 운영되어 사소한 정쟁의 소지가 많았다. 그런 사소한 정쟁을 없애기 위해 의사규정을 제정해야 한다. 사실 선진국은 의사규정을 다 가지고 있다. 모든 부문에 걸쳐 구체적 의사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예측 가능한 국회가 되어야한다. 총리도 장관도, 의원도 몇 시까지 국회에 있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대정부 질문에서 최초로 실시되는 시간할당제가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초당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정책 권고를 한 바 있는데, 외교와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의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국회를 운영함에 있어 민생법안이나 예산 등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서 하는 것은 가능한 내가 막도록 하겠다.
■ 질문․답변
-질문: 의사규칙 제정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의장: 과거 국회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선례집을 갖고 운영하다 보니 시비가 많았다. 모든 선례를 조문화하는 작업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보위 운영규칙, 운영위 의사규칙 등이 그런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부분까지 규정화해서 시비가 걸리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선례도 중요하지만 한국적 사정을 고려해야 하므로 규칙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법률표준화 작업도 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법률에는 모법에 들어가야 할 사항이 시행령에 들어간 것이 많다. 법률용어도 어려운 한자용어가 많아 쉬운 말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질문: 지난주 편협 토론회에서 의장 퇴임 후 정치를 떠나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는데.
-의장: 1년 전 관훈 클럽이 초청한 자리에서 "국회의장이 엄정 중립의 위치에 서서 일을 해야 되는데 임기가 끝나고 난 뒤에 어느 정당에 가서 공천을 받고 또 다시 국회의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엄정 중립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다. 의장을 지낸 사람은 퇴임 후 정치를 그만 두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중립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유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소신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질문: 중앙당으로부터의 자율성 확보의 의미는.
-의장: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만큼 정당 의사가 국회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회운영 자체를 정당이 장악하면 안된다. 중앙당 중진들이 회의를 열어 안된다고 결정하면 그렇게 된다. 국민대표기관이 아니라 정당대표기관이다. 국회 운영자체는 국회 스스로 결정해야한다. 중앙당이 국회 전체 의사와 상관 없이 국회를 지나치게 장악하고 있어 국회 운영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원내 중심정당으로 가는 것이 옳다.
-질문: 정당의 당사를 국회에 두는 것은 어떤지.
-의장: 외국의 예가 꼭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도입하면서부터 정당중심으로 되었다. 중앙당사를 국회로 오는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당지도자의 인식변화가 선행되어야한다. 양당 중앙당 간부회의에서 다 결정하고 여야 총무는 그 결정을 갖고와 입씨름만 할 뿐이다. 총무들이 전권을 갖고 대화를 해야 협상이 된다. 국회는 여야 총무들의 협상과 운영위에서의 토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질문: 의원들이 본회의 출석률이 저조한데 보완대책은.
-의장: 취임 후 전자투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출석, 투표 참여 여부 등이 모두 기록된다. 연말이 되면 자동적으로 통계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대정부 질문할 때 등은 좀 다를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대정부 질문 때는 의원들의 출석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 특정 주제에 대한 대정부질문은 관심 있는 의원들끼리 하고, 그렇지 않은 의원은 그 시간에 자신이 관심있는 일을 하면 될 것이다.
-질문: 현안과 관련해, 특검법과 추경안 처리 전망은.
-의장: 추경안을 먼저 처리한다는 것이 확고한 생각이다.
-질문: 지난번 특검 때 여야 합의를 강조한 바 있는데.
-의장: 국회 의사결정과정에서 토론, 타협, 협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 정신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쳐도 되지 않을 때는 다수결을 규정한 국회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질문: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의장: 정당과 국민 누구나 개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수 의사냐, 아니냐. 또 다수의 공감을 받느냐 아니냐 이다.
-질문: 법안 졸속 심사가능성이 아직 있는데.
-의장: 지난 1월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정기국회 때는 원칙적으로 예산안처리에 부수하는 법률안에 국한하도록 하는 등 여러 조항을 개정한 것은 그런 법안 졸속 심의를 막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졸속심의를 못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국정을 다루다 보면, 굉장히 다급한 사안이 있을 수 있다. 다급한 것은 예외규정을 이용해 하루, 반나절에 통과시킬 수 있는 융통성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질문: 소위원회 비공개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데.
-의장: 필요하다면 소위를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에 들어가면 여야간에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서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소위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에서 사유를 설명토록 하는 등 대책을 검토해 보겠다.
-질문: 정당으로부터의 자율성 확보 방안은.
-의장: 의원총회를 최고 의결기구로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당직을 전부 현역의원으로 보하니 국회에 오기 어렵다. 고급 당직자는 원외 인사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질문: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작업이 부진한데.
-의장: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양당의 입장조정이 안돼 협상이 안 되고 있다. 협상할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선거구 획정위가 구성되어 있지만 정치개혁특위에서 관련법이 확정되어야 활동할 수 있다.
-질문: 김운용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할 수도 있나.
-의장: 평창특위가 있다. 특위에서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을 불러 논의해 보고 결과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할 것이다. 특위의 결과를 갖고 각당 대표들과 의논해 봐야 할 것이다.
-질문: 11일 특검법이 처리되는지.
-의장: 여야 총무들이 원만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니 좀 더 지켜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질문: 낙선운동에 대한 의견은.
-의장: 사전 선거운동은 어느 누구도 못하게 되어 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아무 때나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데 특정 기간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을 얘기하는데 객관성과 정당성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에 몇 사람에 대해 질의서를 보냈다는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하는 것이 전혀 없다.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선거법을 위반하면서 정당성을 찾는 것은 무리다. 법규정 내에서 해야 한다. 객관성, 기준, 합법성이 있어야한다. 적당히 골라 질문공세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원에 대한 평가는 국민만이 할 수 있다.
-질문: 대통령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의장: 2차 대전 이후 많은 신생국들이 대통령제를 채택했지만 거의 실패했다. 실패 이유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성공한 곳은 미국 하나다. 우리는 그 어려운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앞으로 5년간 권력분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잘못하면 개인을 탓하기 전에 제도를 탓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제도의 실패라고, 국민들이 생각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입법부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설명을 했고 동의도 했다. 나는 앞으로 노 대통령에게 그런 기대를 건다. 국정원장 임명과 관련해 국회에서 반대한 사람을 임명하려면 의회지도자들에게 한번쯤은 설명을 했어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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