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옛날 저머나먼 흉노(匈奴)의 땅 호지(胡地)에 가을이 깊어가면 흉노들은 장성(長城)을 넘어 중국의 변방을 침공하여 한족(漢族)들이 일년내내 땀흘려 공들여 지은 곡식과 재물을 약탈했기에,

흉노에겐 말(馬)이 살찌고 하늘이 더높은 천고마미((天高馬肥)가 더없는 가절(佳節)이 되었지만,변방의 한족민초(漢族民草)들에겐 가을이 결코 좋은 계절이 아니었겠지요.

염량(炎凉)의 세태(世態)에서도 사시(四時)의 변화는 어김없기에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니 어느새 가을이왔고 멀잖아 섬돌밑의 오동나무 잎새가 낙엽져 조락(凋落)되면 쉬이 겨울을 맞겠지요.

아!

오늘따라 조석(朝夕)에 비껴가는 작은 바람결에도 문득 마음이 울적해진다!

새벽에 소세하며 거울을 쳐다보니,

간밤엔 분명히 홍안(紅顔)의 청년(靑年)이었건만,거울속에 비친 내모습은,

아뿔사!

어쩔수 없는 초로(初老)의 남루한 신색(身色)이다!

중식후 47회동기홈피에 들어가니 졸업40주년 홈커밍데이 일정이 게시된 것을 보면서

조용히 “추억으로 가는열차”에 몸을 실어본다.

여우도 죽을때는 자기가 태어난 굴을 향해 머리를 둔다한다(首丘初心)하는데,

무엇으로 더 이상 망설이랴!

나! 이제 40년만에 동래와 칠산동을 한번 찾아보리라!

보릿고개가 아직은 봄날 산하(山河)에 짙은 부황으로 요동칠 때인 1968년!

그시절 우리의 영원한 마음의 보금자리인 동래(東萊)는

아직도 미명(未明)이었던가?

칠산동 모교(母校)뒤엔 성냥갑 같은 작은 국민주택이 석양(夕陽)에 조을듯 잠겨 있었고,

신축중인 모교의 5층 난간엔 녹슨 철근들이 방치되어 있어 괜스리 마음이 불안했고,

남루한 토방(土房)의 공터 곳곳엔 스텐 식기공장의 연마소리가 날밤을 세우고,

아침이면 제첩국 사이소 하는 정든 소리에 문득 새벽잠을 설쳤던가?

끼니때마다 계란후라이에 제첩국에 칼치토막이 나오든 조반상(朝飯床)은

어찌나 맛이 있든지.

1968년 그때 한달 하숙비가 4000원,버스차비 5원 전차비 2원50전,동일고무벨트옆 명덕반점의 짜장면이50원,빼갈 됫병이150원, 통좌 산성막걸리한되박에30원,수안동 학산여중 골목의 흐름한 그 목로주점(木爐酒店).

당시에 대단한 실력으로 우릴 열광시켰던 독어선생님은 꼽슬머리 김영일 선생님였든가?

그 분의 동동주 애찬론에 까까머리 우리들은 매일 고주망태가 되었었지.

어느 봄 날 몇몇이서 하숙(下宿)집 주인딸을 꼬셔서 미나리 몇명과 망월대(望月臺)숲속에

원족(遠足)을 갔었는데,그 기막힌 기분이란,흑백사진첩에 남아있는 그 시절, 그 숱한 사연들.

갑자기 가슴이 쿵쾅 쿵쾅 두근거린다!

학교앞 100m지근거리의 칠산동 첫하숙집 2학년3학년 때의 낙민동O숙이집 안락동하숙집

동래여고 이뽄 미나리들,

밤마다 수시로 하숙집을 넘나들며 까까머리 촌돌아이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뺏아갔었든 미모의 미나리들 C S P Y J 들 !

아!

세라복 교복이 참이뽄 그녀들도 어쩔수 없이 흐르는 세월에 6학년이 되었겠네!

세월!

아, 세월의 흔적이여,우리의 치열했든 삶의 궤적이여!

문득 다시한번 조용히눈을 감아본다.

어느 토요일 오후,하숙집을 나와 추억속의 그녀S와 단둘이 동래역(東萊驛)에서 동해남부선(東海南部線)철마(鐵馬)에 몸을싣고 월내(月內) 바닷가 임랑(林浪)에 닿았다.

송림(松林)속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탁트인 동해(東海)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작은손을 꼭 부여잡고 다짐한건,

그 무엇을 위한 다짐이었을까?

파도,

저 파도!

밀려와선 부서지고,

또 다시 밀려와선 다시 또 부서지는 파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파도야!

난, 어쩌란 말이냐?.

우정!

인생!

사 랑!

삶의목표!

새하얀 모래사장에 썼다간 지우고

다시또 써본 추억의 글자들.

무언가 허공을 향해 막 왜쳐 댔든 기억들?

그리고,

밤바다는 추억속의 영원(永遠)한 아픔이 되었든가!

중략,

여하튼!

졸업이후 아직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옛친구들을 졸업이후 40년만에

살아생전 한번은 꼭 만나보고싶다.

칭구야!

사랑한다! 꼭 만나보고싶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