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등반하며 계획 세우면 99% 길 잃지 않아"
"등산객 입장 철저히 반영… 3D지도 발전시킬 것"

#설악산 화채봉

화채봉 능선을 홀로 걷고 있을 때였다. 양폭산장 가는 외길에 난데없이 청설모가 나타났다. 배낭을 뒤져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중심이 기우뚱했다. 그제야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좌우는 천 길 낭떠러지, 폭 2m 길 위임을 깨달았다.

"겁이 나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한참을 헤매다 8m 직벽(直壁)을 내려왔어요. 3시간 만에. 제 길을 찾았나 싶었는데 가보니 다시 그 자리였어요. 근데 그때까지 몰랐던 암벽 사이 오솔길이 보이더군요. 산(山)은 무섭습니다."

#지리산 대성골

새벽길을 재촉하는데 폭설(暴雪)이 퍼부었다. 한참 걷는데 온몸의 기운이 쭉 빠지더니 헤죽헤죽 웃음이 나왔다. 천지를 뒤덮을 듯한 눈이 객(客)에겐 고향 금정산 자락에 날리는 벚꽃처럼 느껴졌다. 저체온증이 가져온 현상이었다.

그 순간 양볼이 화끈하더니 별이 번쩍했다. 함께 걷던 조수(助手)가 큰일 났다 싶어 뺨을 후려친 것이다. 얼어 죽을 뻔한 남자가 말했다. "2㎞ 앞에 산장(山莊)이 있는데 꼼짝을 못하겠어요. 조수가 투덜대더니 다시 두들겨패더군요."

#구로동 건물 2층

허름한 골목 안 건물 2층 입구에 현판이 걸려 있다. '고산자 후예(古山子 後裔)'. 250년 된 대추나무에 글을 새겨준 이는 이재곤(李在坤·63)의 동래고 동창이었다. 무엇을 예감했을까, 친구는 글자 남긴 지 1년 뒤 암으로 사망했다.

고산자, 우리 강역(��域)을 대동여지도 속에 담은 김정호(金正浩)다. 조선의 지리학자요, 지도제작자이며, 인쇄업자다. 지도책 만들어 팔았으니 출판업자이기도 하다. 45년간 지도 그린 이재곤은 왜 21세기의 김정호를 꿈꿀까.

―동래고 다닐 때 수재 소릴 들었지요.

"당시 부산에서 동래고는 경남·부산고에 이어 성적으로 세 번째쯤 됐습니다. 어쩌다 수석 입학했는데 그것 때문에 선친께서 꽤 기대를 걸었어요. 고시(考試) 보길 원하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길….

"동래고에서 만난 문철수 미술선생님 덕입니다. 석고 만드는 법부터 판화·담채화·서양화까지 다양한 분야를 알려주셨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미술에 소질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 그 선생님을 만나 새로 개안(開眼)하게 된 거죠. 홍익대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만 아버지가 반대해서…."

―왜 반대했을까요.

"선친이 일본에서 미술 공부를 했는데 뭔가 여의치 않아 사진 쪽으로 전업했어요. 동래에서 '신라사진관'이라고 꽤 유명했어요. 우장춘(禹長春) 박사 논문 쓸 때 촬영을 맡겼을 정도니까요. 본인처럼 될까 봐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저대로 아버지 반대 때문에 방황했고요."

―어떻게 하는 게 방황입니까.

"학교도 나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주변에서 하도 '그래도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고 해 1965년 국민대 행정학과 야간에 진학했지만 고시엔 뜻이 없었어요. 그 해 11월 지도(地圖)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서울 사는 외삼촌이 삼중당(三中堂)이라는 출판사에서 중·고생용 지리부도 만드는 일을 했거든요. 전 삼중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당시 지리부도는 어떻게 그렸습니까.

"제도용 펜에 먹을 묻혀 그렸지요. 우리는 자체적으로 지리부도 만들 능력이 없으니 일본책을 구해 트레이싱 페이퍼를 대고 베꼈지요. 그 1년 뒤 스크라이빙 기법이 도입됐어요. 판화 만드는 것 같은 거죠."

―처음 하는 사람도 지도를 그릴 수 있습니까.

"지도 그리는 건 미술과 비슷해요. 전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청기와 장수' 이야기 알죠? 어깨너머로 보고 기술을 배울 수밖에 없었는데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해법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일례로 쌍선(雙線)을 긋는데 선배들은 중구난방이었어요. 전 궁리하다 바늘 귀 쪽을 잘랐지요."

―1968년에 특이하게 의장병(儀仗兵)으로 입대했더군요.

"침투사격 훈련을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가 보니 훈장을 잔뜩 단 대위가 훈련병들을 차출하고 있었어요. 거기 고교 동기와 중학 동기가 서 있는 거예요. '저 애들과 떨어지면 안 되겠다' 싶어 쑥 끼어들어 생떼를 썼지요. 절 데려가면 쓸모가 있을 거라고."

―뭔가 특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입대할 때 김신조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그때 전군지휘관회의 때 사용한 차트를 제가 만들었지요. 그 소릴 듣더니 대위가 군말 안 하더군요. 군 생활이 재미있었어요."

―뭐가 그리….

"당시 국군의 날 행사 때 외빈들을 많이 초청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귀빈들 돌아갈 때마다 환송식을 해줬어요. 푸에르토리코 대통령이 돌아가는 날, 일이 벌어졌어요. 휘장이 번쩍거리니 누군가 돈 되겠다 싶어 슬쩍한 겁니다. 즉석에서 특공대를 조직했어요."

―특공대?

"당시 김포공항에 걸린 만국기 가운데 푸에르토리코기(旗)를 훔쳐오는 임무였어요. 그들이 간 사이 전 켄트지에 금색으로 휘장을 그리고 위에 투명필름을 입혔어요. 그렇게 해서 푸에르토리코 대통령을 보냈는데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이 사열이 끝난 뒤 '이상하다'고 한 겁니다. 경위조사를 받았지요."

■천하주유(天下周遊)

제대 후 이재곤의 지도인생이 본격화됐다. 정음사→동양출판사→중앙지도→서전산업→중앙지도→삼중당 같은 출판사를 돌고 돌았다. 그러는 사이 하나 둘 새 도법이 알려졌다. 물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한 시절이었다.

―지리부도 만드는 업체가 꽤 많았습니다.

"교과서 가운데 제일 비쌌거든요. 출판사들이 수지가 맞는다 싶어 뛰어든 거지요."

―당시 선생의 수준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제대 말년에 걸린 장티푸스 후유증으로 쉬고 있는데 1971년 11월에 정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계약금 100만원에 지리부도 제작을 맡아달라더군요. 당시 지도 그리는 A급 기술자가 10여명 정도였습니다. 나이 스물다섯에 굉장한 대우를 받은 거죠."

―그래서 지리부도를 만들었나요?

"1년 가까이 야심작을 내겠다고 하고 있는데 '교과서 파동'이 일어난 겁니다. 업체들이 담합하다 몇억씩 벌금을 맞은 겁니다. 정음사에서 자금이 달려 포기한다기에 꼼짝없이 실업자가 됐지요."

―사람 팔자는 참 모르겠군요.

"그러다 옛 종로서적 뒤편 동양출판사에서 절 부른다는 소릴 들었어요. 가보니 일본 지도를 그려 역수출하는 일을 해보라는 겁니다. 일본 기술을 배울 기회다 싶어 무턱대고 수락했어요. 그 회사 사장이 제가 만들어줘야 할 일본 지도책을 내놓았는데 그걸 보고 까무러칠 뻔했습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납니까.

"사람이 아닌, 귀신이 그린 것 같았어요. 똑같은 지도를 그리라는 말에 사흘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요."

―방법을 찾았나요.

"일본 지리부도를 100배 확대경으로 들여다봤어요. 우리 지리부도는 확대해보면 톱니처럼 삐뚤삐뚤한데 일본 책은 두부 모 잘라놓은 것 같았어요.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구(器具)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장께 말했습니다. '이 책 그릴 때 쓴 기구를 구해주면 나도 할 수 있다'고요."

―기구를 받았습니까.

"1주일 동안 살펴보니 이젠 딴생각이 들어요. 일본 기구가 기대만큼 정밀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때부터 지도 그리는 바늘을 직접 제작했어요. 바늘을 잘 간 뒤 왕십리 대장간에서 담금질까지 했지요. 그걸로 지도 샘플 만들고 그 옆에 제가 만든 바늘세트까지 첨부해 일본에 보냈더니 그쪽 기술자가 절 만나러 왔어요."

―뭔가 잘못됐습니까.

"그들은 지도보다 제가 만든 바늘에 더 관심을 보이더군요. 못 가르쳐준다고 한번 뻐긴 뒤에 바늘 만드는 법과 일본에서도 갓 개발한 도법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잘 되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또 뭔가요.

"그 회사 사장 동생이 상무였는데 제가 전권을 가진 걸 못마땅해한 겁니다. 회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중앙지도라는 곳으로 옮긴 겁니다."

―그러다 마침내 등산지도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1980년 5월에 처음 지도제작기능사 1, 2급 시험이 생겼어요. 그 시험에 응시해놓고 발표를 기다리는데 중앙지도 김명택 사장이란 분이 '오대산과 설악산지도를 만들어보라'고 하더군요. '이미 있지 않으냐'고 하니 전부 엉터리여서 골치가 아프다, 구매자의 항의가 많다는 겁니다. 등산지도는 산에 가서 목측(目測)도 하고 나침반도 들고 다녀야 하잖아요. 게다가 거의 등산을 해보지 않았거든요."

■기인이사(奇人異士)

산엔 기이한 사람들이 많다. 등산지도 만들겠다며 설악산으로 간 그는 싸락눈에 막혀 산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오대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소금강 쪽엔 중학교사로 일하다 오대산에 흠뻑 빠져 '청학산장' 주인이 된 최경락이 있었다.

―특이한 분입니다.

"찾아가 사정을 말하니 일언지하에 거절하더군요. '지도 그린다는 이들 여럿 왔는데 하나같이 엉터리였다'는 겁니다. 어찌할 수 없어 제가 그린 남한 관광지도 2장을 한번 보기나 하시라고 한 뒤 주문진행 버스를 타러 나왔어요. 잠시 후 그분이 헐레벌떡 뛰어오더군요."

―웬일입니까.

"제 지도가 일본에 수출된 적이 있잖아요. 최 선생이 일본 북(北)알프스 산행할 때 본 일본지도와 제가 드린 지도가 너무 비슷했다는 거예요. 그게 계기가 돼 그분 산장에 사흘을 묵었어요. 서울로 돌아오는 날 군사용 지도 두 장을 제게 주시더군요. 군사용 지도에 그분이 적어놓은 자료가 빽빽했어요. 산에 가지 않고도 충분히 등산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 뒤부터 등산지도로 특화한 겁니까.

"1982년 말에 코오롱에서 등산지도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전 몇 가지 조건을 달았어요. 첫째 현장 답사 때 조수를 한 명 붙여달라. 둘째 직접 다녀온 산만 그리겠다고요. 그렇게 해서 한 달에 20일은 산에서 지내고 열흘은 지도 만드는 생활이 만 3년 동안 계속됐어요."

―전국의 등산지도를 다 만들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게 아닌가요.

"그때 등산전문지에서 일하던 박광성 선배를 만났어요. 그분이 매월 잡지에 산행지도를 연재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26년째가 됐어요. 그동안 600~700개 산을 다녔을 겁니다."

―그 일을 계기로 백두대간 지도를 2006년에 완성했지요.

"백두대간 지도제작에 착수한 건 윤인표씨 때문입니다. 그분이 GPS 들고 다니면서 백두대간 종주를 4분의 3쯤 끝냈을 때 부상을 당했어요. 문병(問病) 가니 '내 데이터를 조건 없이 내놓을 테니 백두대간 지도를 만들라'는 겁니다. 공교롭게 제 집사람도 취미삼아 한 백두대간 종주를 거의 끝낼 때였어요. 그래서 1년 반 만에 지도 24장을 완성한 거죠."

―백두대간 종주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원래 산경표(山經表)에 나오는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하천을 건너지 않고 오는 겁니다. 지금은 남북이 갈렸으니 지리산에서 시작해 진부령까지 가거나 그 역(逆)으로 갑니다. 제 백두대간 지도엔 자부심이 있어요. 모든 산을 직접 답사했고 철저하게 등산객의 입장을 반영했으니까요."

―백두대간 지도로 돈 좀 버셨습니까.

"5000부 찍었는데 1500부 정도 나갔나? 망했지요. 산악회에서 한 부 산 뒤 복사해 회원들에게 돌리니 그럴 수밖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도를 싫어합니다. 보기도 전부터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지도 보는 것보다 직접 물어보는 걸 좋아하잖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누굽니까, 그런 분이?

"이근후(李根厚) 박사라고 정신과 교수 아시죠? 그분이 경주 남산(南山)지도를 그려 달래요. 그 산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전 싫다고 했어요. 한번 시도했다가 고생한 적이 있었거든요. 이 박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뒤부터 토요일 아침에 서울역에서 만나 새마을호 타고 경주로 내려가는 생활이 시작됐어요."

―대단하군요.

"그렇게 지도 1만장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선 '아무 날 세종문화회관에 지도를 가져다 놓으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쪽 벽에 당신이 그린 지도도 전시하라'는 거예요. 그날이 그분 환갑날이었는데 전시회로 잔치를 대신한 거였어요. 덕분에 지도전시회도 할 수 있었고. 인생을 이리 사는 분도 있구나 하고 감복받았습니다."

―역시 산 사람들은!

"정반대인 사람도 있어요. '개○○'라는 유명한 이가 있는데 처음 만난 날 중국집 바닥을 정말 개처럼 기어다니더군요. 신분증도 걸작이었어요. 진로소주 라벨을 신분증처럼 만들었는데 얼굴 대신 개 사진을 붙여놓고 붉은 줄까지 두 줄 그어놓았어요. 그날 이후 그를 피해 다녔는데 월악산에서 붙잡혀 고생한 적이 있어요."

■산 동료 김홍국

이재곤의 아내 김홍국(金弘國·59)은 그와 한동네에 살았다. 건국대 미술교육과에 합격해 서울로 왔을 때 김홍국의 오빠가 이재곤에게 동생을 부탁했다. '이거 하지 마, 저거 하지 마' 간섭하던 이재곤은 그를 아내로 삼아버렸다.

―부인이 진짜 고산자의 후예라면서요.

"김정호 선생과 같은 청도 김씨니까요. 처음 회사 이름 지을 땐 몰랐어요. 지금은 '고산자의 후예들' 대표입니다. 전 직원이고요."

―어쩌다 부인까지 지도 만드는 일에 끌어들이셨나요.

"지도 그리는 사람 중에 제가 컴퓨터를 제일 먼저 썼을 거예요. 1991년에 800만원을 주고 애플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샀습니다. 기계 사면 겁이 나서 못 쓰잖아요. 출장 다녀오니 아내가 컴퓨터로 만든 자그마한 지도를 내놓는 거예요. 처음엔 화를 냈어요."

―왜 화를 냈습니까.

"'왜 함부로 기계 만졌어! 고장 나면 어쩌려고'라고 했는데 가만히 보니 수작업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다 있는 겁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했지요."

―백두대간 지도 제작 땐 부인이 산에 가고 이 선생은 그 정보를 받아 그렸다면서요.

"저도 가긴 했지만, 산은 집사람이 훨씬 더 잘 타요. 록클라이밍한다고 노원구청에서 하는 등산학교까지 졸업했거든요. 아내는 백두대간 종주 끝낸 뒤 낙동정맥, 한북정맥, 낙남정맥까지 완주했습니다."

―참 좋은 부인을 두셨….(이때 갑자기 김홍국이 나도 할 말이 있다며 남편 흉을 보고 나섰다.)

"덕유산에 갈 때였어요. 계곡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무릎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병원에 가보겠다는데 저 사람이 '좀 참아라, 일 다 끝나면 가봐'라고 하는 거예요. 부부로 살지만 그때만큼 배신감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백병원에 가보니 당장 수술해야 된대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저 사람 비리가 많아요!"

―이 선생이 잘못 하셨네.

"아니, 난 그냥 산에 많이 다녀서 그런 줄로만 알았지."

―요즘처럼 GPS가 보급되면 지도의 필요성이 점점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GPS와 지도는 다릅니다. GPS는 위치만 가르쳐줄 뿐이고 지도엔 각종 정보가 들어가 있으니까요. 지도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 이렇게 45년 지도 그려서 돈은 좀 모으셨나요.

"저 부천에 25평짜리 아파트 한 채밖에 없어요. 구로디지털단지에 33평짜리 공장 한 채 분양받았는데 얼마 전에 제자 둘에게 줘버렸고."

―왜 지도 만드는 분들 팔자는 다 그런 겁니까, 김정호 선생도 그렇고.

"하하! 입에 풀칠만 하면 되지요. 앞으로 할 일이 더 있어요. 어린이들이 더 쉽게 지도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제가 개발한 3D입체지도도 더 발전시켜야 하고요."

―산에 그리 많이 다니셨으니 품평 한번 해보시죠.

"최고는 지리산입니다. 험하기엔 설악산이 으뜸이고. 위험한 곳? 의외일 것 같지만 관악산과 북한산이에요. 근교에 있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