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개발나선 한인과학자>

90년대 에이즈 치료물질 개발한 최우백 박사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에이즈 치료물질 개발에 성공했던 한인 과학자가 기존의 항생제에는 듣지않는 슈퍼 박테리아를 퇴치할 강력 항생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북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케네소(Kennesaw)에 있는 신약개발회사 `FOB Synthesis'의 사장 겸 CEO인 최우백 박사(50). 최 박사는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슈퍼 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퇴치할 항생제 개발에 착수해 현재는 신약물질 후보를 선정해 제약회사인 `아킬리온(Achillion)'과 함께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전(前) 임상단계에 도달한 상황.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인 아킬리온이 작년 4월 FOB측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1차로 50만달러 그리고 향후 성과에 따라 최대 1천만달러까지 지원키로 한 것은 슈퍼 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9년여에 걸친 최 박사의 연구가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 `슈퍼벅(Superbug)'으로 불리기도 하는 MRSA는 전에는 주로 병원내 2차 감염에 의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학교 라커룸에서도 발견되는 등 감염경로가 다양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숨진 사람이 에이즈 사망자를 능가할 정도로 늘어나는 무서운 병균. 최 박사는 한국인 2명 등 모두 10여명의 석.박사 연구원으로 구성된 단출한 규모의 이 회사에서 슈퍼 박테리아의 또 다른 일종인 `내성 슈도모나스(Pseudomonas)' 계열 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항생제 개발도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이다. 특기할 점은 최 박사가 현재 항생제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과거 그의 `전공'은 에이즈 치료물질 개발. 서울공대를 졸업한 뒤 1984년 도미해 앨라배마 대학에서 유기화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딴 뒤 88년부터 2년여간 에모리대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데니스 리오타(화학과), 레이먼드 쉬나지(소아과) 교수와 함께 에이즈 치료물질인 `라미부딘'과 `엠트리시타빈' 개발에 성공한 주역이다. 최 박사 등 에모리대 `트리오'가 개발한 에이즈 치료물질은 `엠트리바'와 `트루바다' 등 에이즈 치료제로 상품화됐다. 이 치료제는 특히 치료효과가 매우 높고, 성능이 좋은 물질을 혼합해 만든 복합제여서 과거 하루에 10알 이상의 치료제를 먹던 고통에서 벗어나 하루 한 알만 복용해도 됨으로써 수많은 에이즈 환자들의 생명을 구해내고 고통을 완화하는 획기적 신약으로 인정됐다. 세계적인 제약사인 `길리아드(Gilead)'가 2005년 `엠트리바'의 기본물질인 엠트리시타빈의 특허권을 에모리대학으로부터 대학 지적재산권 거래로는 최고액인 5억2천500만달러를 지불하고 인수한 것은 최 박사 등이 개발한 에이즈 치료물질이 얼마나 획기적인 업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최 박사는 에이즈 치료제 개발 직후인 90년부터 9년여동안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Merck)'사에 근무하기도 했으나 98년말 사표를 내고 창업에 나서 결국 2000년1월 FOB Synthesis를 설립했다. 그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잘 나가는 다국적 제약회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대형 제약사들은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는 분야에만 중점을 두고 투자를 하며, 정작 환자들에게 필요하더라도 시장규모가 적으면 이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평소 하고 싶었던 항생제 개발 연구를 위한 회사를 설립키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에이즈 치료제 개발을 계속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개발되는 에이즈 치료제는 성능이 매우 좋지만 완치는 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제는 에이즈 백신이 나와야 할 때"라면서 "백신개발은 소규모 회사들은 감당하기 어려우며, 대형 제약사들이 대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미개척분야였던 슈퍼 박테리아를 퇴치할 신약물질을 개발하자는 소명 의식속에 회사를 창립했지만 자본금 마련을 위해 그동안 저축해온 퇴직연금(401K)까지 투자하는 등 초기 어려움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뒤늦게 인정받은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따른 특허료도 회사에 재투자하는 등 9년여의 각고의 노력끝에 자본금 800만달러 규모의 중규모 회사로 발전했고, 2005년에는 울산에 있는 신약 중간물질 개발회사인 `ID 바이오캠'을 인수해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 박사와 부인 최신애씨는 매주 토요일마다 한인교회 신도들과 함께 히스패닉계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밥퍼 봉사' 활동을 2년째 하는 것은 물론 한인 2세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및 노인 아파트 건립기금 제공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소리소문없이 계속하고 있다.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