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래고동창회] 망월대 자유게시판에서 모셔온 글입니다 *

<18대총선 관전소감> 국제신문 ‘동문의 눈물’ 기사를 읽고

40회 이성호 (전 교직망월회장)

18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막을 내렸다. 동문의 한 사람으로 자원봉사를 자청, 두 세 곳의 선거 사무실을 기웃거리며 뛰어 다녔다.

결과는 참패다. 양산에서 선전(善戰)을 한 유재명 후보(50회)를 제외하고는 한 마디로 참담한 결과다. 친박 돌풍, 공천 파동, 등하불명(燈下不明) 등으로 패인을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예상된 결과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선거는 이변이 있기 마련이지만,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들은 평소 “동고정신, 동고여, 뭉치자. 벌떼다....” 라고 떠들어 왔지만, 구두선에 그친 경우는 없었는지. 성과에 앞서 과정을 생략하고 나름대로 실력을 쌓는 일을 게을리 해 온 것은 아닌지.

더구나 나부터 후배를 키우는데 인색했으며, 그만큼 선배를 가볍게 해 온 점도 많았다. 매사를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 더러는 거들먹거리기도 하여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경우도 많았으니... 이는 필시 갈수록 얕아져가는 동문의식과 모교 사랑의 구심점을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없었던 데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첫째, 동문의 결속력이다. 한 때는 잠자다가도 동고하면 뻘떡 일어나기도 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과연 내가 동고인인가. 동고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한 예로 매년 참석하는 동창회만 해도 종전에 비하면 재미가 없다. 프로그램이 없다. 몇 몇 들난 동문들 얼굴 소개하는 정도다. 얻는 게 없는데 가면 뭐하냐 고도 한다. 집행부의 노력은 눈물겨운데, 노력에 비하여 열매가 없다. 후배 동문들의 참석률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결속력의 빈곤, 동문의 일, 남의 일로 강 건너 불구경이다. 후배가 잘못했을 때, 따끔하게 깨우쳐 주거나 너그럽게 감싸주는 마음이 부족하다. 이제부터라도 바꾸어지자. 동문이 잘되었을 때 축하하고 격려하며, 동문일에 마음씀을 아까워 말자.

선배가 부르면 달려가자. 더러는 동문의 일을 내일처럼 생각하여 마음을 모으는데 앞장서자. 옛날의 동고정신으로 다시 돌아가 뭉치자. 나가자.

둘째, 후배를 키우는 일에 인색해 왔다. 세상 만사 인사(人事)가 첫 번째라 한다.사람 다루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천에 앞서 계획이 서야 하고, 계획을 세우기 전에 충분한 시장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 되었을 때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수성(守城)이 창업(創業)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다. 누구는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와 열악한 가운데서도 빛나는 성적을 얻은 이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은 피눈물 나는 노력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언제부터 나는 그렇게 오만하고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는지 스스로 묻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결같은 이야기가 “똑똑하다.” 하기도 하고, 또 한편은 “선배를 잘 모신다.” 하기도 한다.무엇이 다르랴.

나부터 그렇게 하자. 끓어오르는 열정도 좋지만, 잘났을 때 머리를 숙이는 미덕과 선배에게 양보하는 정신도 중요하다.

셋째 치밀한 준비와 기획, 인력 관리도 중요하지만, 투철한 봉사정신, 대의를 위하여 자신을 던지는 정신이 먼저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독불장군은 안 된다. 이제는 겸허히 남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덕승재(德勝才) 덕이 재주를 이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하지 않는가. 덕이 갖춰지지 않은 재주는 꺾기기 마련이다. 최선을 다하고 그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뚝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후배여 일어서라. 실패는 바느질 할 때 옆에 두는 물건이며, 포기는 배추를 셈할 때 쓰는 말이다. 우리는 언젠가 잃어버린 고토를 반드시 되찾으리라.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 하지 않던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멀리 보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리.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도모하자. 동고여, 다시 뭉치자 일어서자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