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40년, 세월 40년, 인생 60년
글쓴이 박수진(42) [ sjpark1322@hanmail.net ] / 2006-11-01
1. 무주 가는 길
누구나가 그러하고 언제나 그렇듯이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갑자기 떠나는 길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길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집사람과 아침 8시반 출발하기로 한 양재역으로 간다. 양재역에는 인천에서 온 하인대가 1시간 전부터 왔다가 서성이고 있고 인대도 가슴슬렌 모양이다. 30분을 넘겨 9시에 J&J(Joyful Journey) 관광버스는 출발한다. 이 버스에 타기로 한 친구들이 갑작스런 사정으로 타지 못한 친구들 얘기를 하면서 버스는 서울을 출발한다. 관광철이라 서초구민회관 앞은 관광버스로 북새통이다.
무주 구천동, 무주 리조트, 덕유산과 적상산 모두가 가 본 곳으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데 거기에는 40년 만에 만나는 100여명의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버스만 타면 자는 잠의 달콤함도 사라지고 가벼운 흥분으로 3시간 조금 넘어 12시 10분경 1차 집결장소 원조할매토속보쌈집에 도착하여 이미 도착한 부산, 울산, 김해, 마산, 창원, 진주, 거제, 미국, 스리랑카에서 온 친구들을 만난다. 토속 보쌈에 옥수수 동동주로 서로 상견례를 한다.
2. 무주에서
무주는 단풍이 절정이다. 그야말로 만산홍엽이다. 식사 후 콘도라를 타고 덕유산 정상 향적봉으로 향한다. 낮 술 한잔에 단풍보다 친구가 좋은 지 이동하는 도중 내내 서로 인사를 한다. 인사하는 도중에 참 무안한 말이 오고 간다. “나는 니 알겠는데 니는 내 모르겠나” “니 쪼깨는 놈이 디기 컸네” “니 이름은 알겠는데 얼굴은 도통 모르겠네” “니 얼굴은 흔적이 있는데 니 이름은 잘 모르겠네” 이름표를 계속 힐끗힐끗 보면서 경상도 상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진열 회장, 정상필 총무, 손병학, 김한섭, 조영호 집행위원들은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긴장을 풀지 않고 안내를 하고 있다.
덕유산 정상에서 저기가 남덕유산이고 저기가 백두대간의 한 허리이고 저기가 경상도 땅이고 저기가 전라도 땅이라고 서로 설명을 한 들 듣는 둥 마는 둥 사진찍기에 바쁘고 얘기 하기에 바쁘다. 친구들아 어찌 그리 늙었노? 40년 세월에 견딜 장사가 어디 있겠느냐? 그래도 이래 만나니 얼매나 좋노!
3. 만찬장의 열기
향적봉에서 하산 후 방을 배정 받고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Tirol Hotel만찬장으로 간다. 만찬장 아래층에는 부산고 19회가 40주년 행사를 한다는 안내판이 있어서 묘한 경쟁심리가 생긴다. 각 테이블에 맥주, 소주, 양주가 놓이고 행사가 진행된다. 이진열 동기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몇몇 친구가 소개된다. 총동창회장 김해성 동기, 차기 재경동창회장을 맡을 신동오 동기도 소개되고 나도 재경동기회장 자격으로 인사말씀을 올린다. 몇 몇 동기들이 소개와 함께 한 말씀씩 하시는데 멀리 외국에서 4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오신 동문들을 소개한다. 미국LA에서 온 신영창, 뉴욕에서 온 주광수,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온 김홍열, 미시간에서 온 문한식 스님, 스리랑카에서 온 오성길, 모두가 감격해 하고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 멀리서 시간과 경비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 참석해 주시어 정말 고맙다 친구야!
만찬장의 열기는 고조되고, 테이블별, 반별, 개인별 노래자랑은 계속되고, 자리 이동이 시작되고, 술잔을 바쁘게 주고 받고, 주고 받는 말도 톤이 높아지고 빨라진다. 학교 다닐 때 학교 불 난 이야기, 허치, 꽁치, 말대가리, 박주사, 호랭이 선생님 별명부르며 흉보기, 화제는 단골이지만 열기는 강하다. 우리 나이 60에 졸업 40주년에 졸업생 10퍼센트가 먼저 세상을 떠나 셨는데 나이 70에 졸업 50주년에는 반이 죽고 없을 것이라는 듣기 씀뜩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 등 끝이 없다. 70고개에 반이 탈락한다는 말이 맞는 말일까. 모두가 수긍하는 자세다. 그래 나이 70에는 많이 죽고 없겠제? 그러니까 자주 만나야제?
무대는 사회자와 함께 계속 움직이고 경품도 계속되고 테이블의 술은 끝이 없다. 서울에서 이재륜 부부가 개인 출발하여 6시간 만에 도착하여 합류하고 전태국이는 저녁 8시 반인데도 집에서 출발을 못했다고 안타까워 하고, 밤길 운전에 참석이 무리인 것 같아 참여 권유가 어렵다. 만찬장은 밤 12시가 되어서 거의 끝이 나고 숙소인 “두솔동”으로 돌아 온다. 숙소로 돌아 와서 각 방별로 한 잔 더 하는 것은 일일이 파악할 수 없지만 그 열기로 바로 자지는 않았을 것 같고 108호실에서는 여럿이 모여 한 판 더 벌어진다. 나도 늦게 합류하여 벌어진 해프닝은 참 후회스럽다. 일찍 조용히 잤으면 좋았을 텐데.
4. 적상산 단풍 관광
이틑날 아침 Tirol Hotel에서 양식 뷔페로 아침을 먹고 적상산 관광을 나선다. 날씨는 말고 상쾌하다. 적산산성, 영국사, 양수발전소, 전망대등을 둘러 본다. 영국사에는 작은 규모의 성보박물관이 있는데 여러나라 부처님상이 진열돼 있고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여자를 안고 섹스하는 부처조각상 2개가 있는데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한데 안내인도 없고 설명이 없어 잘 이해하지 못했다. 누가 아는 사람 설명 좀 해 봐라.
전날의 술독과 기분이 별로여서 적상산 단풍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콘디션 조절에 온 신경이 집중되고 관광 후 어제 점심 먹은 그 할매 보쌈집에서 행사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고별 오찬을 하고 식당 앞 공터에서 1시간 가량 이별의 장을 가진다. 이 자리에서 어제 서울 대표로 내가 제안한 작년의 소백산 합동산행, 올해의 졸업 40주년 행사로 이어지는 전국 동기들의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내년 봄 쯤 좋은 날을 받아 작년 소백산과 같은 1일 산행을 하면 전국 동기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내년 1일 산행은 서울 동기회에서 주관하기로 했다. 또한 42회가 42주년 행사를 2008년 4월 2일 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다음 합동산행 때 의논하기로 하고 이별의 악수를 하고 헤어진다.
5. 무주를 떠나 상경길에
내년에 또 만나기를 약속하고 줄줄이 악수를 하고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무주에 올 때 보다 친구가 많아졌다. 이재륜 부부가 합류하고 부산 이진열 동기회장과 LA에서 온 신영창 동기가 서울을 가기 위해 탑승했다. 귀한 손님을 모시게 된 셈이다.
귀가하는 길은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고 마음이 좀 가벼워 진 것 같다. 이 행사를 위해 부산동기회에서는 1년 전부터 준비해 오고 서울은 서울대로 참가 독려를 많이 했지만 참석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참가 못한 친구들의 마음이야 참가한 친구보다 더 갑갑하겠지만 참가 못한 친구들의 사정들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40주년 행사 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모양이다. 병원에 입원한 친구, 몸이 불편한 친구, 부모 간호에, 결혼식, 집안대소사일 모두가 살아가는 형편일 것이고 40주년 행사보다 중요할 수가 있고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 모습들이다. 동기회나 동창회 또는 동기나 동문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다 다를 수 있고 살아가면서 어느 시기는 열심히 참석하고 어느 시기는 참여가 뜸 할 수가 있지만 이번 행사의 참여도는 결과적으로 보면 참 실망스럽다. 부산 동기회에서 열심히 홍보도 하고 회장의 휴대폰 멧세지도 오고, 서울은 서울대로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참석이 저조하다. 부산 동기회 집행부의 그 동안의 노력과 성의에 대한 보답을 위해서라도 많이 참석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컸다. 100명의 숫자도 적지 않은 수이고 이 정도면 성공이다 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에서 5명의 친구들이 참석한 성의는 참으로 많은 위안이 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참석해 주신 동기들과 부인들, 참석할려 했으나 급한 사정으로 참석 못한 친구들, 참석은 못하지만 찬조금 주신 친구들, 관심가져 주신 친구들 모두가 고맙다.
참석 독려하고 찬조금 좀 내라고 전화하면 반갑게 받아 주는 친구들 고맙고 귀찮아 하는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모두가 42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이해해 주기 바란다.
돌아 오는 차안에서 계속 이 생각만 할 수 없고 이 차에 LA에서 온 명가수 신영창 동기가 탔으니 노래도 한 번 들어 볼 겸 조용한 가운데 노래 한 곡씩 부르고 신영창 동기의 하모니카 연주와 흘러간 노래 “바닷가에서”, “이별의 종착역” 등 주옥 같은 노래를 베이스 음성으로 듣고 노래 강의까지 들으니 6시 도착 입이 깔깔하고 신영창, 이진열 두 동기를 위해서 맛 좋은 역삼동 주문집 생태집에서 생태탕으로 저녁을 먹고 일찍 귀가하여 40주년 행사참석이 마무리 된 셈이다. 술 때문인 지 스트레스 때문인 지 좀 피로하다.
42회 친구들아 반갑고 고맙다.
부럽습니다.
그리고 같이 한 형님, 형수님
지난 시간이지만
그날의
좋은 시간 길이 간직하시고
영원하시기를 바랍니다.
사칠 원산 유스티노 송창환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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