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 들어오는 거야?’ ‘오늘은 누구 상가에 갔다 오는데...?’ 뻔한 거짓말을 허구한 날 했던 기억들이 지금도 남아있다. 집에 들어가면 가장 짜증나는 일이 있다. 마누라의 잔소리이다. 오늘은 무엇이 바쁜지 먼저 곁을 떠난 이른바 마누라의 3일장을 치르고 집에 들어왔다. 불과 열흘 전 하나뿐인 남은 5대독자 아들을 장가보내고 나니 집이 텅 비어있다. 갑자기 ‘허전’하다는 공백을 느낀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3일간 곁을 다녀간 동문들의 얼굴들을 떠올려본다. 이렇게도 고마울 수가.....결혼식을 치룬지 며칠 됐다고 또 이번엔 ‘상’이랍시고 또 ‘호출’을 했으니.....마냥 미안할 수밖에 없다.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목발에 의지한 채 밤늦게 찾아주신 신동일 선배님, 항상 후배들의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며 위로를 아끼지 않으시는 박관용 선배님, 여의도 지역을 담당하고 계시는 차수환 동문님, 이번 예식을 위해 접수에서부터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위해 경호까지 맡아주신 송영남 동문님, 언제나 미소를 잊지 않는 밝은 얼굴의 이일주 판사님의 부부동반, 온갖 잔일을 뒤집어쓴 김경집(62)동문님,, 양희간, 전태환, 이건실, 오찬석, 고재희, 김정민, 심재석동문님.....그리고 39회 동기생들,,,,이름을 모두 거명하자면 50여명의 선후님들로 지면이 모자라네요. 어느 학교에서 이런 예가 있겠습니까. 너무 너무나 감사합니다. 새삼 반성한 게 있습니다. 자신은 ‘동문님들의 경조사에 얼마나 열심히 다녔나?’하는 생각입니다. 부디 연락주십시오. 열심히 다닐께요.부부라는 게 그렇더군요. 시 한편을 담아봅니다.
<부 부>
심송(深松) 안호원
우리 같이 살자며
손가락 걸어
여보 당신이라 불렀네.
조금은 어설픈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애틋해진 여보 당신.
그러나 아직도 낮선 얼굴로
기웃거린다.
언제나 떠날 것 같이
생소한 메아리처럼
낮은 목소리로 기웃거리며
줄다리기를 한다.
십 수 년 꽃이 피고 졌어도
아직도 제대로 된
얼굴이 없다.
그릇 부딪치는 소리만
먼 생을 스쳐가는 추억 어린
아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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